서우야.
너의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하루 하루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너의 모습이 참 놀랍고 감사하다.
너의 아빠로 살아온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너의 웃음을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첫 돌 전부터 너의 웃음은 심상치 않았지.
반달이 되는 눈과 찡긋 주름이 잡히는 콧등이 사람 여럿 잡겠더라.
웃는 너를 보면 나의 세상이 환해진다.
요즘 들어 너도 슬슬 가식적인 미소를 지을 줄 알게 됐는데 그것도 이쁘다.
네가 진짜로 웃을 때는 마음이 움직인다.
씨익 입과 눈으로 웃는 미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꺄르르 자지러지게 웃을 때는 덩달아 신이 나고,
으허허 호탕하게 웃을 때는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진다.
울음도 빼놓을 순 없다.
너는 아프거나, 화가 나거나, 서러울 때 울었다.
아플 때 울음은 무기력한 나를 새삼 돌아보게 해주었는데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몽둥이 찜질을 당하는 듯 했다.
화날 때는 울면서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기세에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배워가고 있다.
서러울 때 입과 눈이 삐죽거리는 널 보고 있으면 가슴이 미어진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한다. 톡- 어떤 자극에 삐죽거림이 울음으로 넘어가면 으앙 울며 황급히 안기는 너의 서러움이 무척 쓰렸다.
웃음과 울음 사이 참 여러 감정과 생각이 있었다.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이쁜 존재인 것이 실감나서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어떤 때는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되고, 화가 치밀어올라 눈 앞이 하얗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부끄럽지만 나도 한 인간일 뿐이라는 미명 하에 돌봐주지 않고 받아주지 않고 관심 갖지 않는 것을 정당화한 순간도 많았다.
얼마 전 길따라 공부에서 내게 주로 안기는 이유가 속에서 친해지고 싶은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억울하기도 하면서 인정이 됐다. 그 후 나름대로 내가 너를 안을 때 어떻게 안는지 보려고 하는데, 당사자인 너는 어떻게 느끼는지... 여전히 내게 주로 안기는 것을 보면 미안하고 불안하다.
오늘도 나는 어제처럼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순수한 애정과, 알아서 잘 크길 바라는 영악한 기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이런 나지만 매일, 매 순간 갈팡질팡하는 데서 한 발짝 너에게 다가가려 노력해보려 한다. 두 발짝 뒤로 물러나더라도 다시 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내딛는 용기를 가진 아빠가 되어가려 한다. 너는 지금처럼 마음껏 웃고, 울며 건강하고 당당하게 길을 가주었으면 좋겠다. 서로 좋은 것을 주고 받는 아빠와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2018년 11월 19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간,
아침 해의 기운이 깃드는 나의 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