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가 요즘 꽂힌 노래가 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서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는, 음성 지원이 되고 있을 바로 그 노래다.
아내가 밤에 자기 전에 불러주니 '이 노래 좋아'라고 몇 번이고 다시 불러달라 했단다.
서우가 젖먹이일 때부터 아내가 참 많이 불러준 노래였다.
무의식에 음과 울림이 남아있는 건지.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게 신기하고 반갑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엄마가(서우 할머니가) 선물해 파란 곰돌이가 있다.
배에 여러 동요 버튼을 품고 있는 장난감인데 노래 중 섬집 아기 노래가 있다.
이 노래 저 노래 눌러보다가 익숙한 가사를 듣더니 '이거 좋아. 엄마가 섬그늘에 좋아.' 한다.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계속 노래를 튼다.
옆에서 나는 가만가만 노래를 같이 불렀다.
그러면서 가사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서우야. 이 노래는 섬에 사는 엄마랑 아기 이야기야.
섬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땅이에요.
그 섬에 엄마랑 아기가 사는데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거야.
다른 식구가 없는지 엄마가 어쩔 수 없이 아기를 집에 혼자 두고 일하러 가야 했나 봐.
그래서 엄마는 섬그늘, 섬에서 그늘진 곳에 굴을 따러 가고 아기는 혼자 남은 거야.
섬그늘에서 굴이 잘 자라나 봐.
그러다가 파도 소리가 쏴아~ 쏴아~ 들리는데.
서우도 바다 가서 파도 소리 들었지?
찰싹~ 찰싹~ 하고 계속 파도가 쳤잖아. 기억나?
아기도 그 소리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팔을 베고 스르르~ 잠이 들었대."
유심히 들으며 끄덕거리기도 하고 빤히 나를 보기도 하더니 노래를 한 번 더 튼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어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오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드읍니다'
순간 서우가 얼굴을 확 들더니 울먹거리며 내게 폭 안긴다.
얼굴을 어깨에 파묻더니 눈물을 뚝뚝 흘린다.
놀라서 꼭 안고 엉덩이를 토닥거려주었다.
"서우야, 노래가 슬펐어?"
끄덕끄덕.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안고 있는데 울면서 노래를 또 트는 서우.
노래를 따라 부르다 울음이 나올 듯 목소리가 떨려 나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아기가 다시 스르르르 잠이 들고 나니 서우가 와락 안겨서 뚝뚝 눈물을 흘린다.
어깨가 젖어간다.
그렇게 몇 번을 듣고 나서 안정이 좀 됐는지 바닥에 앉는다.
서우에게 물었다.
"서우야. 어느 대목이 슬펐어? 엄마가 굴 따러 간 거?"
도리도리.
"그러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본 거?"
도리도리.
"그러면,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든 거?"
끄덕끄덕.
그러더니 다시 와락 안긴다.
들썩이는 서우의 몸을 안으며 무심코 지나쳤던 섬집 아기의 하루를 살아본다.
동이 막 틀 무렵인 듯하다.
검푸른 기운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
따뜻한 손 하나가 이마 위에 올려진다.
바닷일로 거칠어졌지만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손.
힘겹게 실눈을 떠보니 채비를 마친 엄마가 나를 내려다본다.
엄마 일하러 나갔다 올게. 우리 아기 잘 먹고 잘 놀고 있어라.
가지 말라고 떼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며 이잉 거리려는 순간 까무룩 다시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주위가 환하다.
이불속에서 나와 "엄마" 한 번 불러본다.
쫑긋 세운 귀가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풀이 죽는다.
엄마는 이제 오후 느지막이 해가 넘어갈 즈음에야 오실 것을 안다.
데굴데굴 이불 위를 구르다 마루로 나간다.
방으로 들어오던 햇빛이 점점 짧아지며 마루 끝에 걸친다.
햇빛이 지나간 자리가 따뜻하다.
그 자리에 엎드려 손을 뻗어본다.
이 따뜻한 햇빛이 엄마에게도 가 닿겠지.
춥지는 않으실까.
점심은 드셨을까.
배가 고프네.
솥에 고구마나 감자가 있을까.
엄마 오면 뭐 해달라고 하지.
어어 낮인데 왜 깜깜해지지.
아아 눈이 감기는 거구나.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와 있을까.
엄마 올 때까지 안 깨고 오래오래 잤으면 좋겠다.
엄마 보고 싶다.
엄마.
(+) 그날 밤, 서우가 파란 곰돌이를 가져오더니 '이제 싫어졌어' 한다. 너무 슬퍼서 이제 그만 듣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