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요일, 공부하러 가는 날이었다.
서우와 함께 여느 때처럼 안쪽에서 놀고 있었다.
물에 타 먹는 천마차를 발견하고는 먹고 싶다고 한다.
물에 타서 먹는 걸 싫어해서 컵에 따라주고 숟가락을 줬다.
먹다가 흘릴까 봐 쟁반을 찾아서 컵을 받쳐줬다.
마침 쟁반에는 클림트의 <키스>가 입혀져 있었다.
나름 예술적인 쟁반을 놓고 먹었으면 해서 골랐는데
쟁반을 골똘히 보던 서우가 말한다.
"이거 말고 다른 쟁반 줘."
"다른 거? 그래 알았어."
색감이 마음에 안 드나, 그림이 낯설어 그런가 싶었다.
바꾸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 초록색 물결무늬가 있는 쟁반으로 바꾸는데
"코 자니까. 깰까 봐."
라고 한다.
천마차를 먹다가 가루가 쟁반에 떨어지면
눈을 감고 코- 자고 있는 사람이 깨니까 다른 쟁반을 먹어야 한단다.
기쁘고 놀라운 가운데 가슴 한편에서 뜨거운 무엇이 울컥하는데
내 표정이 뭔가 평소에 잘 나오지 않는 모양이구나 느껴졌다.
서우가 묘하게 쳐다보는 거 같기도 했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다
그나마 엇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았다.
감동.
움직인 것이 '감', 느낌뿐이었을까 싶긴 하지만
내 속에 있던 무엇인가 움직였다.
장모님께 말씀드릴 때 보여주신 표정도 그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코 자니까.
가루가 떨어지면 잠이 깨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