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가 달린다.
양팔은 약간 사선으로 내리고
약간의 반동을 주면서 균형을 잡는다.
두 다리는 부지런히 교차하는데 오른쪽 다리 힘이 조금 더 센지
뛰다 보면 왼쪽으로 약간 기운다.
계단 옆 유모차, 자전거, 휠체어 등이 다닐 수 있는 경사로 오르막길을
마구 뛰어간다.
뒤에서 따라가는 아내와 내가 "같이 가~" 하면 히히 웃으며 더욱 세차게 뛴다.
모퉁이를 돌아 모습이 안 보이면 "어? 서우 어디 갔지?" 하고
이내 되돌아와서 얼굴을 비추고는 다시 후다닥 뛰어간다.
통통 뛰다가 비틀거리기도 하다가 스스슥 땅에 깔리듯 날렵하게 뛰기도 한다.
더 잘 뛰려면 팔 동작을 교정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지금 이대로의 폼이 자유 그 자체다.
얼마 전 아내의 제안으로 단지 내와 뒷산을 맨발로 걷는다.
처음 서우와 맨발 외출을 시도한 아내 말에 따르면
맨발로 땅을 딛고는 엄청나게 뛰었다고 한다.
신발을 신었을 때는 격하게 뛰면 발가락이 부딪혀 발톱이 깨질 수 있고
약간 삐끗하면 발목이 쉽게 돌아가는데
맨발로 뛰면 지면의 온도, 요철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다행히 단지 내 산책로에는 흔한 돌멩이 하나 없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서우가 달리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맨발로 축구할 때 느끼던 들판을 달리는 듯한 쾌감이 떠올랐다.
살짝 젖은 잔디밭을 마구 달리며 바람을 가르며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공을 줄 곳을 찾던 순간
선사시대 집단적으로 사냥을 하던 인류가 된 심정이었다.
맨발로 달릴 때에는 신발을 신고 느끼기 어려운 생동감이 있다.
앞서서 우다다 달려가는 서우의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상쾌하다.
내게로 다다다 달려오는 서우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다.
뛰고 또 뛰는 아들은 밥도 잘 먹는다.
흐뭇하고 대견하다.
한편으로는 지금은 저렇게 뛰어가다 돌아오지만,
조금만 더 크면 친구든, 학교든, 애인이든 그저 뛰어가겠구나 싶어 조금은 슬퍼졌다.
얼마나 남았을까.
아들의 달리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아들의 달리기를 따라갈 수 있는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