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6일의 마음결
종각에서 광화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인도 교통상황은 무리없음, 원활한 소통이었는데 갑자기 정체가 시작된다. 슬금슬금 앞선에 선 사람들의 난데없는 머뭇거림이 수상하다. 브레이크 밟았다 떼었다 반복하다 문제의 지점에 다다랐는데 아저씨 한 분이 ㄷ자를 엎어놓은 듯 오체투지에서 몸통만 떼어놓은 자세로 두 손을 하늘로 열어놓고 있었다. 위아래 까만 추리닝을 입었고 점점이 때가 낀 하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넓지 않던 길이
아저씨가 쭈욱 편 몸에 막혀 오른쪽에 좁은 1차선 길만 남겨놓았다.
사람들은 모두 멈칫하다 슬금슬금 옆으로 몸을 돌린다. 흘깃 뒤를 돌아보며 깜빡이 켜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도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옆걸음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넓은 길로 나와 속도를 냈다. 미동도 하지 않고 차마 얼굴도 들지 못하고 아마 상당한 시간을 그 자세로 있었을 아저씨를 마음속 룸미러로 슬쩍 보았다. 룸미러에는 아저씨의 마음 대신 조급한 내 마음이 비쳤다.
왜 이렇게 빨리 걸을까? 급한 일은 하나도 없는데. 쓸데없이 달려가던 마음에 이름도 얼굴도 사연도 종적도 모르는 아저씨가 과속방지턱이 되어주었다. 아저씨는 그저 소주 한잔 혹은 빵 하나 먹을 돈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짐작하고 돈을 주는 이가 있다면 그 역시 어디론가 바삐 향하던 마음을 멈추고 살그머니 인생의 과속방지턱을 만난 셈이었겠지.
그러나 잠깐의 알아차림도 보람없이 케이크를 찾으러 가던 나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 씻고 눕고 싶다는 생각에
와글와글 교통정체가 극심한 홍대거리를 중앙선 침범, 터보발동, 끼어들기, 추월 등 다시 또 바쁜 마음에 헉헉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