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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Jan 07. 2016

아침에 달리기

아침에 일어나 집 앞 공원을 달렸다. 6시 알람에 일어났다가 더 자고 싶어 버둥거리느라 10분 늦게 집을 나섰다. 나오니 공기가 찼다. 숨을 들이쉬는 목구멍이 따끔거렸고 코가 막혀 숨을 잘 쉴 수 없었다. 다시 들어가고 싶었지만 일단 한 바퀴 걷고 뛰기 시작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배치된 공원길은 20-30분 뛰기 딱 좋은 코스다. 특히 오르막을 오를 때 허벅지 안쪽 근육에 힘이 쏠리며 열이 나는 듯한 감각이 좋다. 쨍쨍해진다고 할까나. 아내 말로는 뱃살과 허벅지의 전쟁이란 게 있다고 한다. 몸 근육 중 엄청 큰 비중을 가진 허벅지 근육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뱃살이 빠진다고. 나야 빠질 뱃살은 별로 없긴 하지만 하체가 튼튼해지는 감각은 쾌하다.


그저께도 그랬지만 이 시간에 밖에 나오면 아주 깜깜하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다만 손톱달과 그 옆에 아주 밝은 별 하나가 떠 있다. 나올 땐 산 봉우리 언저리에 있던 달과 별은 집으로 들어갈 때면 높이 올라있다. 달이 더 빠르고 높게 움직인다. 별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저께 봤던 아저씨는 오늘도 공원을 돌고 있다. 내가 나오기 전부터 뛰고, 내가 들어올 때까지 뛴다. 아침 6시 집 앞 공원에는 달과 별과 아저씨가 있었다. 이젠 나도 있다.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어 집으로 향했다. 몸에는 약간 땀이 났고 머리는 가볍고 눈은 밝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새소리가 들렸다. 아침운동은 참 좋구나라며 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잘못 들었나 싶어 걸음을 떼는데 다시 새소리가 들렸다. 어리둥절해서 새가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다가 새소리가 아니라 내 콧소리라는 걸 알았다. 한쪽 코가 반쯤 막혀 있어서 공기가 드나들며 새소리를 낸 것이다. 콧소리를 새소리라고 믿으니 새소리가 되었다. 콧소리를 듣고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를 상상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사실 콧소리도 자연의 소리이긴 하다.


집에 들어오니 6시 반이 약간 넘었다. 샤워하고 출근 준비를 마치니 시간이 남았다. 6시 반에 일어나 준비할 때와 달리 여유가 넘친다. 아침형 인간은 이런 삶을 살고 있었던 걸까? 살아볼 만 하구나 싶다. 전날 미뤄둔 설거지를 하고 컨디션 저하로 잠들어 있는 아내를 잠깐 보러 갔다. 방에 들어서자 잠이 깨어 일어나는 아내를 도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출근길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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