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 시간왜곡, 10차원 세계로 떠나는 과학 오디세이
2024년 8번째 읽기록
By Jeong-Yoon Lee
엄청난 책을 엄청나게 공들여 읽었다. 책 자체가 두툼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었지만 내용 자체도 흥미로워서 더디게 걸렸던 거 같다. 초공간이란 책을 알게 되고 읽고 싶다는 욕심에 장바구니에만 담아두다가 신간에 밀려서 읽기를 미루고 있다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덜컥 빌려버렸다. 반납일이 가까워지기 전에 완독하고 빠른 반납을 하고 싶었지만 미루다 미루다 반납일을 하루 남겨두고 읽게 되었다. 아마 직접 구매해서 읽었다면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처럼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하다 못 읽었을 거 같다. 역시 어떤 일은 쫓기듯 해야 결국 해낸다.
최근 들어 지역 도서관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기에 초중고 학생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꽂힌 관심분야가 생기면 이것은 신이 주신 신호다! 적극적으로 지역 도서관을 내 집 드나들 듯 다니며 관심분야를 섭렵해 버리는 멋진 습관을 키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운명처럼 어느 한 권의 책이 나를 어떤 인생으로 초대할지 모를 일이니 내가 관심이 생기고 그 종착지에 깃발을 꽂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지역 도서관을 활용해 보는 게 좋겠다. 나는 요즘 사회과학 쪽에 막대한 관심이 생겨 두툼한 책 위주로 읽는 중이다.
어릴 때 집에 위인전 100권이 있어서 1권씩 읽다 보니 한 개인의 삶이야기에 푹 빠졌던 기억이다. 심지어 에디슨 따라 계란을 품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부터 천재에 꽂혔던 거 같다! '성공'이라는 키워드보단 이 사람은 이런 '위대한'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어린 시절 나의 관심을 끌었던 또 하나는 '성공시대'라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이었다. 큰 성공을 이룬 사람의 어린 시절이야기부터 풀어주는 다큐였다. 그 사람들의 '습관'을 무작정 따라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책상에 앉아 무언갈 했던 기억이 난다.
자연스럽게 나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다. 나도 존재의 이유가 있겠지! 어릴 때부터 따라다녔던 질문인 거 같다. 뭔가에 실패하거나 좌절할 때마다 '다 과정이야, 이유가 있겠지, 내가 지금 실패한 이유는 뭔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런 걸 거야!'라는 생각에 크게 상처받거나 하진 않았던 거 같다. 오히려 적당히 슬퍼하다 놓칠까 봐 최선을 다해 슬퍼하기도 했던 거 같다.
과학이야기라 어려울 것만 같았지만 초반부터 흐름을 즐기며 쉽게 따라가면서 읽었다. 코스모스책도 엄청난 두께감에 겁부터 느끼긴 했지만 책마다 내가 소화하는 방식이 있다. 인간을 이해하듯 우주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코스모스를 읽었다. 그랬더니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미 많은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지워졌지만 우리가 모르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겹겹의 시간 동안 일어났던 세세한 일들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듯,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겹겹의 시간을 세세하게 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과의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함부로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아는 척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거 같다.
책 속에 '자체모순이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글귀를 읽는데 '나 자신과 자체모순이 없는 일'을 선택해야 내가 괴롭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데 나 스스로 설득이 안되고 모순적인 부분들로만 가득하다면 결국 그 일을 하고도 찝찝할 것이다. 나 스스로 나 자신과 자체모순이 없는 방향의 선택과 결정을 하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가짜진공과 대칭붕괴가 나오는 구절을 읽는데 인간관계가 떠올랐다. 솔직한 속내를 숨기고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만 치중하면서 가짜의 가면을 하고, 거짓된 행동으로 사람을 대하다 보면 결국 팽팽하게 붙들고 있던 줄 하나만 놓쳐도 그 사이는 빠르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가짜의 모습을 하곤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는 요즘 사회의 인간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다.
고차원으로 갈수록 단순해진다. 완벽한 걸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하나 꼬투리 잡을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딱 떨어지는 값을 보면 완벽하게 아름답다! 여러 의미에서 아름다울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측면에서 복잡하게 시작해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고민의 끝에 얻어지는 값진 답은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명료한 경우가 많았던 거 같습니다. 심플해야죠!
나 자신과 자체모순이 없고, 붕괴가 일어나지 않으면서 심플한 나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다가 죽어야 하는 걸까? 열심히 줍고 다니는 씨앗들이 어떤 꽃으로 피울지 기대하며 적어도 내 인생에 후회는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련이 남는 일을 먼저 해나가는 중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죽기밖에 더하겠어!!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