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 때는 유머와 좋은 기분을 주머니에 넣어둔다.

아키타 미치오 기분의 디자인

by 앤트윤antyoon

2025년 14번째 읽기록

Words by Jeong-Yoon Lee


이번에도 어김없이 도서관에 책 반납을 마친 뒤, 아직까지는 딱히 읽고 싶은 책이 없어서 책 구경만 하다가 비교적 얇고 제목이 심플한데 끌려서 2권을 빌려왔다. 두 권 다 가볍게 읽기 좋아 보이는 책이라 마음도 가벼웠다. 두껍고 어려운 책은 공부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읽기도 전에 겁먹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기분의 디자인이란 책을 먼저 읽기로 하고 책을 펼쳤다. 요즘 알고리즘이 이상하게 일본으로 향하네? 알고 고른 책이 아닌데, 오사카에서 태어난 53년생 제품 디자이너인 아키타 미치오 님의 책이라 반가웠다. 안 되겠군 이거 오사카 여행 가라는 소리인가? 싶기도 했다. 책 제목에 디자인이 들어간 제목을 많이 접했지만 기분이랑 붙은 제목은 처음이었다. 기분의 디자인이라 뭘까?


기분, 인간관계, 일, 감성 4가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짧은 문장에도 선명한 메시지가 뚜렷하게 전달된다. 그 뒤에 숨은 철학까지 생각해 보게 하는 문장들이다. 인생을 대충 되는대로 산다면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이분의 삶의 태도, 마음가짐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더구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70세가 넘도록 하고 계신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기분과 인간관계의 디자인 챕터는 빠르게 읽었다. 와닿는 모든 문장을 사진 찍고, 기록했다간 속도가 안 날 거 같았다. 하루에 딱 50페이지씩 읽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책이라면 평생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읽을 거 같다. "집을 나설 때는 유머와 좋은 기분을 주머니에 넣어둔다" 한국에서도 유행처럼 도는 말 중에 하나가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이다. 남의 기분 따위 배려하지 못한 채 기분 나쁘면 나쁜 채로 굴었던 과거의 나 자신을 크게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내가 뭐라고 남의 기분 좋은 하루에 흠집을 낼 필요는 없으니까, 이제부터 유머와 좋은 기분을 주머니에 넣고 외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월드오브스우파 3 오사카 오죠갱 쿄카의 귀여운 개그력은 오사카 기본값이었던 거다. ("오사카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서비스 정신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p.199-200) 쿄카님 덕질을 꽤 열심히 하다 보니 온갖 콘텐츠를 접하게 되는데 볼 때마다 사람을 미소 짓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영상 속 친구들과 놀 때나, 본업인 춤을 출 때나 항상 표정이 밝다. 웃으면 나도 같이 웃게 된다. 참 기분 좋은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일과 감성의 디자인에서는 와닿는 부분이 굉장히 많기도 했지만 메모해 두고 잊고 싶지 않아서 본격적으로 메모장을 켜고 적어가면서 읽었다. 머릿속에 타투처럼 새겨두고 싶은 문장이 정말 많았다. 책 속엔 이분의 디자인 결과물을 볼 수 없어서 책을 다 읽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올려주신 사진들을 하나둘 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작가의 일상을 보는 것 또 흥미로운 일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절대 책 속에 메시지들은 가볍지 않다. 디자인뿐 아니라 삶도 군더더기 없었으면 좋겠다. 나를 선명한 틀 안에 두려고 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안 그러기로 했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정해놓지 마세요. 아무도 그 사실에 관심이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구속하고 있을 뿐입니다. p.237) 너무 맞는 말이잖아. 굳이 굳이 내가 나를 구속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읽을 책이 필요하다면 기분의 디자인 추천드립니다.




【문장수집】

저는 예전부터 누구나 동경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 중에 대단한 사람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p. 71


평가가 가져오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에 서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세계도 있다.

1위는 시장의 전체 규모를 알게 되지만

2위에게는 그 세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p. 122


끊임없이 책을 읽고

다양한 것을 자주 보세요.

그리고 끊임없이 잊어버리세요.

그 후에도 남는 것이 당신의 지식입니다.

p. 179


품질이 높은 것은 편식을 초월한다.

품질이 높은 것은 말이 필요 없다.

품질이 높은 것은 가격을 초월한다.

품질이 높은 것은 동경을 낳는다.

p. 197


센스가 뭐냐고 묻는다면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쓸데없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센스라고 대답합니다.

p. 209


기능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기능을 줄이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무작정 기능을 늘리는 일은 고급품에 걸맞지 않고 오히려 기능을 최대한 줄이고 기본 성능의 질을 높이는 것이 '진정한 고급'이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p. 214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않는다.

p. 221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정해놓지 마세요.

아무도 그 사실에 관심이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구속하고 있을 뿐입니다.

p. 237


될 대로 되라는 말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확히 내가 한 노력에 따라

될 대로 될 것입니다.

p.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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何書いているかよく分からないと思いますが「世の中に無意味なものなど何もない。それはすべて、あなたがどう見るかによって決まります。」というゲーテの言葉です。日本語で書けば良いのですがそこはカッコつけて。

“무슨 말을 쓰고 있는 건지 잘 모르시겠지만, ‘세상에 무의미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당신이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괴테의 말입니다. 일본어로 쓰면 되는데, 거기서 괜히 멋을 부려봤어요.”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아키타 미치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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