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해진, 차승원표 힐링 프로그램.
저스트 두 잇 (Just Do It)
Words by Jeong-Yoon Lee
그냥 하는 것이 인생을 가장 재미있게 사는 방법인 거 같다. 그냥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혹은 무언가를 위해 그냥 하게 되기도 하지만, 사실 나 자신을 사랑해서 그냥 하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만약 내가 무언가를 선뜻하지 못하고 이유를 찾고 있다면, 그건 사실 내가 그만큼 원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 하지 마라. 대신하지 말라고 말려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을 찾아라.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몇 년째 반복하는 나의 유해진, 차승원표 힐링 프로그램 3가지다.
(나는 꼭 이 순서대로 본다.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첫 번째는 단연 <삼시세끼 어촌편 5: 죽굴도 편>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에서 오직 내 마음을 위해 틀어놓게 되는 치유와 위안의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시리즈 중 왜 하필 '어촌편 5'냐고 묻는다면, 출연진 사이에 가장 편안함이 형성된 상태라서 그런거 같다. 유해진, 차승원, 손호준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낸다. 그 모습 자체가 주는 안락함이 있다. 유해진이 '자바조'나 '강력ㅎF'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실없는 웃음이 나면서도, 상대를 향한 깊은 배려가 느껴진다. 타인을 관찰하고 주변을 더 이롭게 바꾸고 싶어 하는 그 태도가 참 좋다.
두 번째는 <스페인 하숙>이다.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지만,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는 길이 바로 순례길이다. 단순한 경험을 위해 걷는 이들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수많은 고민을 안고 길을 나서지만, 결국 해결되는 고민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걷다 보면 고민 그 자체가 사라진다는 말들이 오간다.
가장 드라마틱했던 장면을 꼽자면, 많은 순례자가 다녀간 다음 날을 대비해 닭볶음탕을 대량으로 준비했던 날이다. 하지만 정작 손님이 와야 할 시간에 아무도 도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스탭들과 그 많은 닭볶음탕을 다 먹어치운다. 그러다 뒤늦게 한 분이 도착한다. 무려 100km를 걸어온 그는 너무 피곤하다는 말만 내뱉는다. 준비한 저녁 식사가 없어서 김치볶음밥도 괜찮냐고 묻지만, 100km를 걸어온 사람에게 메뉴가 무엇인들 중요할까.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그 상황에선 김치볶음밥이 싫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 절실함 앞에서는 어떤 핑계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삼시세끼 고창편>이다.
무더운 여름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어릴 적 주말 아침마다 즐겨 봤던 <체험 삶의 현장>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엔 '노동이 주는 겸손함'이 존재한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해 면접 때 직접 언급한 적도 있다. 노동이 주는 겸손함은 굳이 땀 흘려 힘들게 오르는 등산과 비슷하다. 산과 싸우고 나 자신과 싸우다 보면, 내가 가진 것이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이 산 하나 오르는 데 이토록 힘겨워하는 스스로를 보며 '인생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값진 노동을 통해 인생의 겸손함을 배우고, 쉬운 일로만 돈을 벌려했던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되돌아보며 일상을 재정비하게 된다.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유해진, 차승원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나의 작은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내 인생의 유일한 지지자로서 나 자신을 먼저 구원하게 되는 것이다. 단단한 일상이 주는 힘은 그 어떤 강력한 명언이나 조언보다 세다. 그래서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는 내가 이뤄낸 성과를 자랑하며 다그칠 게 아니라, 그 성과를 이루기 위해 견뎠던 고통과 노력의 시간을 공유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가 된다.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울 지지자가 된 나는, 비로소 내 주변까지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