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가모 바라 펌프스
신발에 집착할만했다
By Jeong-Yoon Lee
선물을 할 때 사람들은 실용적이거나 고급스러운 것 중에 고민하게 되는 거 같다. 가벼운 인사 정도로 건네는 선물이 아니라면 선물 받을 대상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윤택함을 줄 기능적인 부분이 중요한 선물을 고를지 아니면 절대적인 사랑이 담긴 고급스러운 것을 고를지 고민하게 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둘 다를 오가면서 선물하고 싶지만 아직은 고급보다는 실용적인 선물 쪽으로 기우는 거 같아요.
신발 하면 떠오르는 럭셔리 브랜드 중 지미추, 마놀로 블라닉, 크리스찬 루부탱이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구두라 하면 페라가모죠. “나는 구두를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말할 정도면 구두에 대한 강력한 자기 확신이 느껴지는 거 같아요.(이런 확신 어떻게 갖는 건데?) 그의 일생을 엿보니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견뎌내는 사고방식도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는 자신이, 내게 힘겨운 날을 견디도록 용기를 줬다는 사실을 모른다 나쁜 것도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다.-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성공한 사람은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결국은 명품도 작은 브랜드에서 시작되었을 텐데 100년, 200년의 시간을 견디고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람들을 지나왔을까? 페라가모도 가족경영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2024년까지 그 명성을 지켜가고 있다는 점에서 부럽기만 하다. 한국도 이런 명품 브랜드 많이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생겼다 없어지는 브랜드들이 많아 언제나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 정말 좋은 건 사라지지 않듯이 100년 200년 이어갈 수 있는 브랜드가 생겼으면 좋겠다.
한 달에 한 번 보상심리템으로 구두를 선택해 모았던 적이 있다. 매번 새 신발을 만날 때마다 발에 생기는 물집과 굳은살의 과정을 견디면서 인간관계 같다고 느꼈다. 새 신발을 만나 긴장감이 도는 물집이 생기고 그 물집이 터지고 아물면서 그 자리에 굳은살이 배기면 다음부터는 더 이상 물집이 생기지 않는다. 그 과정이 지나야 만 새 신발을 편안하게 신을 수 있다. 사람도 이런 편견이 터지고 오해가 풀리면서 괜찮은 사이로 나아가듯 인간관계에서 꼭 겪어야 하는 과정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구두를 오래 신으려면 관리도 무척 중요하다. 구두를 사면 무조건 구둣방을 찾는다. 새 신발을 신기전 구두 앞 밑창을 덧대는 수선을 꼭 한다. 그렇게 미리 수선을 해놓고 걸을 때 딱딱~ 쇳소리를 놓치지 않고 늦지 않게 뒷굽 수선을 한다면 구두는 오래 신을 수 있다. 그래서 집이나 회사 근처 구둣방을 미리 체크해 두는 편이다. 이렇게 관리를 야무지게 해도 영 곁을 내주기 싫은 구두도 있다. 물집도 터지고 굳은살이 배겨도 매번 신을 때마다 고생을 시키는 신발은 아무리 예뻐도 더 이상 찾지 않게 된다. 이것 또한 인간관계와 닮았다는 생각이었다.
무조건 9~10cm의 높은 굽을 매일 신었다면, 이제는 3~4cm의 중간 굽이나 1~2cm 낮은 굽만 신게 된다. 높은 굽도 마음껏 신을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려야 한다. 신고 싶어도 견딜 수 있는 나의 몸 상태가 아닐 때가 온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도 신어볼 수 있는 신발은 거의 다 신어봤기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남의 눈치 안 보고 도전했던 패션도 한몫하는 거 같다. 지금의 나를 100% 만족한다는 것이 아닌 과거의 미련이나 후회가 남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