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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트윤antyoon Feb 23. 2024

사치스러운 초연함 (at. Liberty London)

톰딕슨(Tom Dixon) 에치(Etch) 티 라이트 홀더 카퍼

마치 신처럼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해야 한다.

By Jeong-Yoon Lee


말 그대로 성역(Sanctuary)은 신성한 장소이다. 나의 내밀하고 사적인(intimate) 안식처에 아름다운 물건들을 수집하고 있다. 가격을 떠나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워야 한다.(내 눈에) 그리고 그 물건을 고르고 관리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내가 온전히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안 어딘가에 아름다운 물건들로 하나둘 채워지면서 그걸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감이 가득 차 오른다. 두 손 모아 간절한 소원 같은 건 빌지 않는다. 다만 이 행복감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다. 그리고 이 행복감을 지속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싶다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다들 자기만의 그런 공간이 있나요? 나의 안식처를 보는 특권을 부려보시길!


톰 딕슨(Tom Dixon)을 알게 되고 청담 분더샵에 입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곧장 달려가 에치 티 라이트 홀더 카퍼(Etch TEA LIGHT HOLDER COPPER)를 구매했다. 분더샵의 문을 열고 톰 딕슨 에치를 들고 나오는 모든 순간이 너무너무 설레었다. 집으로 가져와 쇼핑백을 열고 민트와 오렌지 컬러의 팝 오브 컬러(Pop of color)에 흥분하며 만듦새의 정교함에 감탄하고 혹시나 망가질까 조심스러워하며 9년째 함께하고 있다.


파리로 이동하기 전 아주 잠깐 들렀던 런던 리버티 백화점에서 톰 딕슨을 발견하고 까무러치게 기뻐해 줬다. 우리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므로 나 봤다! 내가 런던까지 와서 톰 딕슨 봤다는 벅찬 마음을 안고 무진장 아쉽게 뒤돌아 나왔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어떤 사물이 신성한 영역에 도달하려면 그것은 마치 신처럼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해야 했고, 그래서 이집트의 장인들은 그들의 예술을 발전시킴에 있어 절대로 노력을 아끼거나 수준을 타협하지 않았다. 이집트인들은 기묘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초자연적이고 불멸인 존재로까지 보이는 물건들을 확보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p. 99」


영국 런던 리버티 백화점

요즘 유럽이 오버투어리즘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너무너무 유럽이 좋은 걸♥ 오래된 건물 안 가운데가 뻥 뚫린 시야가 시원해서 좋았다. 계단을 오르고 걸음을 재촉할 때마다 삐꺼덕 거리는 오래된 가치들이 충분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나에게 하루 종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화장실 위치까지 다 파악하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리버티 백화점 구석구석을 뜯어보고 싶었지만 쫓기듯 봤던 그래서 또 가고 싶은 런던 리버티 백화점이다.


사치스러운 초연함

골드, 실버, 카퍼 컬러 중에 카퍼를 고르게 된 점에 있어서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지만 그 뒤로 카퍼컬러의 사물들을 종종 구매하고 있다. 나중에 혹시 알아 내가 죽고 나의 물건들을 모아놓은 공간에 돈 내고 보러 올지!!(야망이 참 기특하네) 일 년 중 손에 꼽을 정도로밖에 티 라이트 홀더로는 사용하지 않지만 항상 내가 바라보는 곳에 존재하는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시간이 한가히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Photo: Jeong-Yoon Lee @antyoon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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