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2024년 3번째 읽기록
By Jeong-Yoon Lee
이동진 평론가님의 1월 추천 책으로 앞서 읽었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도 읽을수록 너무 좋았지만, 읽을까? 말까?를 고민하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책의 제목부터 궁금하게 만들어 2월에 가기 전에 구매하여 읽어보았다. 요즘 들어 책 읽기가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쪽수도 268 페이지고 대화 형식이라 술술 읽혀서 지루하지 않게 딴생각 없이 끝까지 읽었다. 내가 직업으로 두고 있는 일에 있어 잘하는 걸 넘어 깊이감을 가지고 싶다면 건강한 취향을 갖는 일엔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짙어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와 책, 그림, 음악 등 다양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감을 지키며 경험하려고 한다. 너무 좋아하는 쪽만 파거나 하지 않도록 내 의지로 볼 수 없는 분야까지 알고리즘이 인도해 주길 기다리도 한다.
아주 잠깐 관악부 활동을 했던지라 책 속에 나오는 악기들의 소리를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음악에 비유하는 표현들이 하나같이 다 동감되며 둘의 대화가 너무 따스해서 좋았습니다. 요즘 웨이브 오리지널에서 방송하는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재미나게 보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토론을 안 한다"라고 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나눠야 하는 사람들이 정치가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평소에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진 자와 끊김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두 분 다 너무 놀라웠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비치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는 모습도 너무 좋았다. 우리는 가끔 동등한 입장에서도 함부로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 책을 읽는 동안 평안함을 느꼈던 거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을 읽는 습관은 나쁜 점 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끝없이 배울 점을 발견하게 되어 비록 나의 지금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어도 여유를 가지고 나를 기다려줄 수 있는 지혜도 터득해 가는 거 같다.
육아에서도 중요하게 손꼽히는 "무관심"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중심을 스스로 잡을 수 있도록 한 발짝 떨어져 두고 봐야 하는 무관심은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배려의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멀리서 지켜봐 주기, 나의 의식대로 쉽게 남의 삶을 재단해서 개입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이란 창작은 참으로 성실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을 받아 진행되는 작업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해야 하는 성실함이 가져다주는 결과입니다. 결국 모든 창작의 일은 핵심이 되는 하나를 발견하기만 하면 순차적으로 구조가 생기고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니 게을리하면 안 되겠다는 결심이 섭니다.
문장 수집
정말로 집중할 때는 아무것도 귀에 안 들어와요.
p. 017
“진통을 설명한다고 해서 이해가 되겠냐?” 어떻게 아픈지 설명한다고 해서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p. 035
아이는 부모를 거울로 삼는다. 그러므로 부모의 교육이 우선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예술이 존재하니까요.
p. 039
상대방에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형태에 반응하는 거예요.
p. 041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왜 그렇게 꽁꽁 싸매고 멀리 두는 일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p. 087
꽤나 성실한 작업이에요.
p. 107
“아, 망쳐 버렸네.” 하고 버리는 사람이었다면 절대 그런 발견을 할 수 없었겠지요. 무언가를 발명하거나 발견하려면 근본적으로 그런 우연을 포착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p. 111
의식이 개입하는 만큼 음악으로서는 순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식이란 말하자면 편견이니까요.
p. 117
다시 말해 음악에 대한 느낌은 경험에 따라 매우 달라지는 거예요.
p. 132
글의 기본은 리듬이에요.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리듬이 맞지 않기 때문이지요.
p. 137
“이 곡은 9.11 테러 후의 세상을 주제로 지금 세계의 상황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라고 단원들에게 이야기했지요. 그랬더니 곧바로 소리가 달라졌어요.
그런데 소리가 명확하게 달라졌어요. 모두의 마음이 담겼다고 할까, 다들 같은 방향을 향했다고 할 거…
p. 154
요즘 사람들은 흔히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들 정보 처리만 하고 있어요. 인터넷 검색을 정보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요. 스스로 생각해 내고 창조해 내는 일이 아닌데도 말이에요. 정보 처리를 잘하게 된다고 해서 정보화를 할 줄 알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p. 172
언어란 그렇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이란 아무것도 아닌 대상에 풍부함을 불어넣는 존재여야 한다.” 플라톤이 한 말이죠?
p. 183
서로의 관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185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논리가 아니라 ‘공명'이지요.
p. 210
창작자는 내면에서 솟아나는 것을 자유롭게 형상화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역시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그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있어요.
p. 216
작품 어딘가에 개성을 표현할 필요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정의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완전히 독창적인 작품은 타인의 공감을 얻지 못해요.
p. 221
독창성이란 새로운 공감을 발견하는 겁니다.
p. 223
제삼자가 그 사람의 작품에 손을 대서는 안 돼요. 눈 뜨고 못 봐줄 것 같은 작품이라도, 타인이 ‘내가 더 잘 그려 줄게'라며 도와줘서 예쁘게 고치는 건 의미가 없지요.
p. 249
어쩌면 요로 씨는 젊은 시절에는 딱딱한 이론파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신의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없는 일은 절대 믿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나이에 다다랐을때 ‘세상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구나'를 깨닫게 되어 여유가 생겼고, 이론뿐만이 아니라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지금의 요로 씨가 된 것이 아닌지 상상해 봅니다.
음과 말은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그 순서를 잘 구축하는 것이 바로 창작의 본질입니다.
어떤 곡을 쓰기 시작할 대 모티프든 리듬이든 그 곡의 핵심이 되는 요소를 정한 순간, 그곳에는 규칙이 생겨납니다.
p. 266-267
저의 무지를 새삼 반성하고, ‘앎'의 끝없는 기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p. 268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