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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오아쿠아 Jul 04. 2023

나는 외롭고 겁 많은 스토커였다

우리 모두는 엄마의 유산이다(나의 숨겨진 노트1)

네가 내 눈앞에 있을 때나 네가 내 눈앞에 없을 때도

나는 너를 따라다녔다.

네가 친구와 수다 떨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사라지기 전까지 너를 끝까지 그 꼬리가 자취를 감추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따라갔다.


어떤 날에는 너의 어릴 적 사진을 연도별로 검색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한참이 지난 그 오래된 날의 날씨, 너의 목소리, 너의 눈빛, 작고 하얀 손으로 햇빛을 가려가며 나를 올려다보던 반짝이는 그 눈빛이 너무나도 선명하다.

사진 속 대부분의 너의 모습은 멋스러운 뉴트럴 칼라의 옷에 예쁜 코튼 칼라의 컨버스 스니커즈가 수년이 지난 지금도 패션화보에 나오는 컷이다.

나는 너를 내 입맛에 맞게 치장하고 너를 지독하게 따라다녔다.

계절의 틈새를 건너갈 때마다 나는 너의 방을 청소하고 정리하며 새로 산 속옷과 이너웨어를 서랍 속에 채워 넣는다.

내 뜻대로 너의 일과를 계획하고 수정하고 다시 리셋하기를 반복했다.

네가 힘든 줄 몰랐다.

네가 따라와 주지 않을 때 화를 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날 나는 울었다. 원하던 사립학교에 떨어져 속상하고 화가 났다.

너는 괜찮았는데 나만 애가 타서 나 혼자 너를 특별하다 하며 너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다.

나도 못하는 수백 개의 영어단어와 의미를 외우게 하고 미리미리 수학의 진도 빼느라 들들 볶아댔다.

그 미련한 짓을 6학년이 될 때까지 계속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다행이다.

너의 반항이 나를 더 미쳐 날뛰게 했지만 그 반항 덕분에 나는 포기(버려야 하는 것들 알아차리기)를 할 수 있었다.


집을 나서기 전 “000” “만세” 하면서 머리와 팔을 코트에 감쌌던 너와 나의 눈 맞춤을…

걸을 때마다 알록달록 불이 들어오는(나는 촌스럽다 했던) 스케쳐스 스니커즈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너를…


여기저기 모든 공간이 전부 다 나의 손길이 있었고 우리가 함께 했던 우리의 보금자리를 아프게 등을 지고  많은 눈물을 훔치며 떠났던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을…


또 눈물이 그렁그렁 거의 반쯤 차오르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가슴이 미여지는 눈물..

가슴이 뜨겁게 달구어지다가 저리고 저린 마음을 움켜 잡는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너를 나는 엄마니까 더 많이 절제하고 너를 풀어주고 끊어내야 했다.


나는 외롭고 겁이 많았다.

나는 지독한 스토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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