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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우리 May 05. 2022

우울증, 함께 치료하며 단단해지기

4년간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후기.


 조금씩 더워지는 날씨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준비하는 시기이죠. 초여름의 시작에서 에어컨이 고장 나면 우린 어떻게 하나요. 바로 수리점에 as를 맡기죠.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 까지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당신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린 고장 났고 이곳은 고장 난 우리를 고쳐주는 수리점일 뿐이라고. 별 거 아니라고.      

 




4년 전 2019년에 정신과를 처음 찾은 제가 의사 선생님께 말한 내용이 아직 생생히 기억납니다.    

 

 "죽고 싶은 생각 없어요. 엄마가 죽기 전까지 어차피 못 죽을 테니까. 그래서 엄마가 죽는 생각을 해요.", "혼잣말을 해요. 일어날 것 같은 모든 일을 혼자서 연습해요. 플랜 A, B, C까지 다 연습해야 돼요.", "난 패배자. 실패자. 이런 생각이 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해요. 다들 날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처음 약물 치료를 했을 무렵, 정확히 4일째가 되었던 날 직장상사가 제게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일 있나 봐, 얼굴 좋아 보이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적잖은 충격이었죠. 사실 약물치료를 한 후로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는 사실은 제게 허무한 감정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걸. 거실 바닥에 날아다니는 개털보다 못한 존재 같은 나란 인간의 자기혐오가  3일의 약 처방으로 내 머리에서 사라지다니.  몇 년의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아팠는데.      






 처음 2년의 치료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과 다르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치료를 받은 기간이 이제 4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제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갓난쟁이 아기처럼 다시 걷는 법, 뛰는 법, 웃는 법,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빈털터리 무직 30대에서 나의 사업장을 가진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고, 거울을 보며 울었던 나는 이제 아침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예쁘군. 하며 웃어 보이는 내가 되었습니다.  철저하게 외로웠던 나는 다시 사랑을 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다시 만나고. 잃었던 본질 적 자아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없어졌다 생각했던 가족이 다시 생겼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없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돌아오길 기다려 준 나의 가족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린 이제 서로를 사랑한다 말하고, 행복하자 말합니다.      

     






 나를 되찾으면, 나뿐만 아니라 나의 세계가 다시 찾아옵니다. 고장 난 물건을 고치듯이 나의 마음에 기름칠을 하고 나사를 단단하게 조여주면 우린 더욱 견고한 하나의 내가 됩니다. 의심하지 마세요. 분명하게 당신은 좋아집니다. 믿음이 우리를 살립니다. 혼자서 이겨내고 견뎌낼 거야.라고 판단 내리지 마세요.    

  





 혼자 버티면 딱딱해지고, 함께 치료하면 단단해집니다. 딱딱한 것은 부러지지만 단단한 것은 강해집니다. 여러분이 다시 행복하게 웃을 날이 곧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라고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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