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한 명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우나, 특정한 방향으로 아주 조금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까진 못되더라도, 주변의 이야기 정도는 분명 기울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기자가 된다면 적어도 제 주변에서 발생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옳다고 밎는 방향으로 조금씩 기울여 언젠가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이 답변은 어떨까요?
면접관들의 마음을
기울릴 수 있었을까요?
감사하게도 전 이 면접을 통해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심지어 면접관이었던 교수님에게
입학 후 칭찬까지 받을 수 있었답니다.
"학생의 말이 참 기억에 남았다."
라고 말이죠.
하하... 여기서 고백합니다.
교수님!
그 멘트는!
면접 전날 본!
'카부키모노가타리' 4화에서 발췌했습니다...
대충 흑백 사진에 글쓰면 명언 같다
세상엔 명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사람의 감정을 바꾸고
동기를 불어넣는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언은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것 같은데요.
먼저, 사용된 단어의 논리성,
두 번째는 화자에 대한 신뢰성,
마지막으로 주변 상황과의 정합성.
이 삼박자가 모두 맞을 때
우리는 명언을 명언으로 받아들이고,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 콘텐츠를 좋아하는
책, 영화, 드라마, 만화 덕후들은
가히 무적인 것 같은데요.
정말 많은 이야기를 소비하다보면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대사 하나 둘 정도는
몸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멋진 대사가 없는 이야기는 없으니까요.
회사도 붙었는데요?
아무튼 대학 면접을 그렇게 붙고
저는 즐거운 대학 생활과
처참한 군생활,
정신 없던 휴학 생활을 지나
드디어 회사라는 또 다른
인생 챕터의 문을 두들기게 됩니다.
그리고 물론 면접을 봤는데요.
이번에는 대학 시절보다
덜 긴장하고, 더 준비했지만
이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 자신의 인생에서 남기고 싶은게 있어요?"
3명의 면접자가 있는 공간에서
마지막 순번으로 대답을 준비하던 저는
문득 뇌리에 만화의 한 장면이 스쳐 갔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름보다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달려, 제 발자국이 지나온 길에 남은 그을인 자국, 그 자국들을 제 인생의 증거로 삼고 싶습니다."
끄아악!
생각하면 이보다 오글거리는 표현은 없지만
앞에 있는 면접관 분의 표정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붙었다!'
아 물론 이 멘트의 경우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의
[은혼] 속 대사를 조금 비꼰 것입니다.
좋아하는 건 뻔뻔해도 되는구나
사실 고등학생 때까진
제가 만화를 좋아한다는 걸
숨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서브컬쳐가 많이 양지로
올라오지도 않았었고,
오타쿠!
라고 하면 반에서
놀림받기도 쉬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화를 통해
진짜 경쟁력있는 결과를 만드니
생각이 180도 뒤집혔어요.
그 이후로는 어딜 가도 당당히
"덕질은 인생에 도움이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반드시!"
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당당하자라는 이야기를 마무리로
'블루 자이언트' 속 대사를 가져왔습니다.
"어설프니까, 형편없으니까 연습을 하고.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와 닿는 소리를 낸다. 이 사람들 음악에 위안을 얻을 날이 오지 않은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데요? 어설픈게, 뭐가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