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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지아빠 Aug 16. 2019

자아와 무의식

인지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하고

아침 출근하려고 조용히 일어나 나가려고 보면,
아내와 아이가 나란히 자고 있다.
자아가 잠든 그 모습은 오로지 몸만 남아있다.
잠에서 깨어나야 아이는 조잘조잘 어린이가 된다.
잠는 자는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가 된다.

깨어 있을 때는 의식이 있다고 하고,
잠을 잘 때는 무의식이라고 한다.
무의식 상태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꿈이다.
그 꿈을 프로이트는 해석하려고 했다.
꿈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던 놀라운 연구였다.
우리도 옛날부터 꿈을 해석하긴 했다.
길몽과 흉몽이 있었다. 
태몽은 특별한 사물이나 동물이 등장했다.
이런 해몽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꿈 해몽은 모든 꿈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모든 꿈을 해석하려 했다.
무의식에 대한 해석. 그리고 심리학이 태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무의식은 미지의 영역이다.
무의식과 반대로 의식이 있는 상태는 명확하다.
바로 나, 내 자아이기 때문이다.

무의식보다는 명확한 자아이지만, 잘 알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어려운 어려운 숙제를 준 거 같다.





지하철에서 예쁜 여자를 보게 되면, 수시로 그 쪽을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나무로 변해 그저 풍경이 되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오직 그 눈에 띄는 사람만 눈에 보일 뿐이다.
이런 나를 나는 이상하게 생각지 않는다.
이젠 별로 부끄럽지도 않다.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눈이 내 심뽀가 응큼해서라기 보다는
내 자아가 가진 놀라운 능력 때문이다.
자아는 고개를 돌리는 짧은 순간에도 눈에 띄는 
사람을 인지해 낼 수 있다.
굉장히 시끄러운 곳에서도 내 이름을 불리면 나는 그 소리를 소음 속에서 인식한다.
포괄적으로 수집되는 정보는 가차없이 버리고,
내게 필요한 쏙쏙 인식하는 능력을 자아는 가진다.
그래서 난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내를 찾았고,
수 많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내 아이를 쉽게 찾는다.
소음 속에서 내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를 인지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인지능력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노력하거나 학습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인지능력만큼 본능적인 능력은 기억력이다.
지난 하루를 돌아보면 바로 기억나는 일도 있고,
기억하려 애써야 기억되는 것도 있으며,
어떤 일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 많아지지만
아주 오래된 기억도 어떤 계기로 생각나기도 한다.
특별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기억은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안타깝다.


몸은 피곤한데 밤에 잠을 못 잘 때가 있다.
이런 날은 보통 생각이 끝없이 이어진다.
일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노후를 생각하고,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하고 돈벌이를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하고 내 미래도 생각한다.
다시 일을 생각하기도 하며 걱정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술을 가볍게 한 잔 한다.
자아가 가진 상상력을 쉬게 하기 위해서다.
자아는 행동으로 이뤄지지 않는 수 많은 것들을 상상하는 능력이 있다.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 그 돈으로 차를 사는 상상,
그 차로 이성과 놀러 가는 상상, 
이성과 로맨틱한 사랑을 나누는 상상 같은 것을 자아는 끊임없이 한다.
생각하는 능력은 자아가 가진 가장 강력한 능력이다.
호모사피엔스라 하여 다룬 종들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으로 여긴다.
이 또한 본능에 가깝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해도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의 기억과 지식들이 서로 뒤엉켜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과거 지난 일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새로운 상황들을 계속 줄기차게 만들어 보는 과정속에서 시행착오와 최적을 구상하기도 한다.
생각이 머리 속에서 없는 상태는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멍 때리는 게 능력으로 생각될 정도이다.


자아는 또한 감정을 가진다. 
동물도 감정을 가졌는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감정이 있다.
웃는 아기를 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아기가 엄마의 웃는 모습을 모방하는 것보다는
독립된 자아로 감정을 가졌다고 보고 있다.
감정은 희노애락으로 쉽게 표현한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자아의 독특한 특징이다.
자아의 다른 특성들도 무척 특이하지만,
감정은 자아의 특성 중에 가장 독보적이다.
특히 감정은 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며,
행복과 불행의 극과 극을 외줄 타듯이 옮겨 다니는 건 바로 이 감정이다.
나는 특히 불안이라는 감정이 많은 관심이 있다.
자아는 결국 사고를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데,
그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불안이 하는 거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꼬마의 미래가 불안하니 공부를 해야하고,
청소년의 미래가 불안하니 공부를 더 해야하고,
대학생의 미래가 불안하니 공부를 더더 해야하고,
직장인의 미래가 불안하니 일을 해야하고,
노후가 불안하니 일을 더 열심히 더 해야하고, 
자녀의 미래가 불안하니 일을 더더 해야한다.
다른 감정보다도 특별히 더 많은 행동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
특히 불안이 과도한 사람은 안정에 매달리게 된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많은 요구를 하기도 하고,
그런 요구로 인해 불안은 쉽게 전파되기도 한다.


자아는 인지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최상의 콜라보로 몸과 행동한다.
여기서 고유한 자아가 만들어 진다.
개성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성격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로 부른다.
결국 인지, 생각, 감정 등이 복잡적으로 작용하여,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행동이며, 이 행동은 자아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회사에 새로이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대화 중에 그들이 자연스럽게 입방아에 오른다.
첫 모습을 어떻게 봤는지 얘기한다.
잘생겼는지, 예쁜지, 근육질 몸매인지, 날씬한 몸매인지 외모부터 얘기한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성격을 말하기도 한다.
성실하게 생겼는 지, 밝은 성격인 지, 내성적이라든 지 예측도 해 본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을 비슷하게 평가한다.
결국 자아가 말과 행동으로 만들어진 특성을 성격으로 규정하게 되고, 이것이 자아의 특징이다.
겉모습과 다르게 자아는 첫 모습에 알기 어렵다.
하지만 같이 지내보면 자아는 명확한 특징을 가지기도 한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자아는 바쁘다.

인지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느낀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은 모두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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