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25살 남성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는 노가다를 하고 있었고, 부모님의 대출을 갚고 있었다.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그의 글에는 진실이 가득차 있었다. 거친 표현도 가끔 등장하지만 그 표현이 아니면 어떻게 그 상황을 표현할까 싶을 정도였다. 반도체 공장에서 전기공사를 하며, 힘들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내 마음의 흔들림은 나의 청년시절을 회상하게 했다.
나의 25살도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25살은 나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25살로 돌아간 나는 여름방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가다 현장에 있었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노동은 아침에 눈 뜨는 것부터 힘들었고, 오전을 겨우 넘기면 꿀 맛같은 점심시간이 기다렸다. 밥 한 공기 뚝딱하고 현장 구석에 누워 짧지만 단잠을 꼭 자야했다. 그리고 다시 오후를 보내고 나면 초췌해진 모습으로 집에 가는 길에 선술집에 들렀다. 함께 일하던 형님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한창 잘 나가던 때의 이야기를 지나 지금 인생에 대한 푸념으로 끝나곤 했다. 학생이었던 나와 내 친구를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당신네들보다 좋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을 내곤 했다. 나에겐 한시적 노가다였다. 방학이 끝나고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그들은 거기에 남아 있었다. 이제 나는 25살 청년에서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을 살고 있다. 그 때를 회상하면 뭐가 좋았는지 나빴는 지 잘 모르겠다. 다만 현재에 붜가 힘들고 뭐가 좋은 지는 알고 있다. 힘들고 괴로운 감정은 어쩌면 지금 현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블로그를 보면서 눈을 떼지 못했던 건, 그가 꾸준히 남기고 있는 일기 형식의 글이 너무 사실적이라는 것이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고, 기록은 하루하루를 엮어 긴 이야기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가감없이 솔직하게 적어내는 글은 그 길이와 상관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힘든 날도, 비교적 편안한 날도 그 날의 감정에 충실하게 적혀 있었다. 그의 기록은 많은 사람들에게 노가다란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하지 않을까 싶다. 몸을 쓰고, 힘을 쓰고, 힘이 빠지면 지치고, 지친 상태로 남은 일을 하는 것은 고역의 시간이 된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노가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눈이 띄는 다른 특징이 있었다.
막막한 현실을 체감하지만, 빠지지 않고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게임도 하고 있다. 눈물 나도록 절약하고 아껴쓰고 있었지만, 자기 취미에는 적절히 돈을 쓰고 있었다. 십일조도 내고 있었으며, 10년간 일하면 얼마를 모을 수 있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한 계획들도 있었다. 미래에 대한 소망 부분에서 잠시 멍해졌다.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과 그의 소망은 대조적이었다. 그의 소망은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세상과 떨어져 소소하게 지내는 것이었다. 이 소망은 한 때 내가 가진 소망과 같다. 노가다를 안 하는 상황을 넘어, 현재 사회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냐는 자기질문에 통괘한 답은 지금 내가 얽매여 있는 현실과 다른 삶을 추구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노가다를 통해서 그가 계획하는 미래는, 사실 이 사회 시스템을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청년들에게 이런 소망을 심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끝없이 가지려는 개인의 욕심들로 가득찬 세상에서 우리 청년들은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부모 세대는 당신의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했고, 자식들과는 따로 살아야 하는 세대였다. 자식을 힘껏 키우면 노후가 보장되던 마지막 세대의 자녀들이었다. 이제 자신들의 노후는 자녀가 아니라 자신들이 또 준비를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 사회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 노인들이 빈곤하고자 빈곤했던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노인들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급격하게 변한 사회가 만든 새로운 현상일 뿐이다. 공동체의 이성이 이 부분을 감지하고 빠르게 반응하여 대응했다면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 거대하여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노인들에 대한 케어를 하기 시작한 지 이제 십년도 되지 않는다. 급격한 사회 변화가 어떻게 개인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희생을 강요하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사회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금 기성세대는 재산도 일자리도 아래 세대에게 주지 않고 꽉 움켜 쥐려하고 있다. 부모 세대를 바라보면 얻은 교훈이다. 이제 사회는 한 번 더 단절된다. 지금의 청년들은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얻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뚜렷이 보이고, 너무 높은 벽을 체감하는 듯하다. 급격한 사회변화가 안정화 되기까지 얼마나 더 큰 진통을 겪어야 할 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이 청년의 블로그는 나에게 단비와 같은 느낌이었다. 운동하고, 절약하고, 하고 싶은 일에 돈을 쓰고, 소소한 행복을 챙기며, 꾸준히 삶을 개척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가 어제보다 오늘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