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바로 영정사진이 보이는 자리다. 고인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차려주는 상을 받는다. 상주들이 와서 자리를 챙겨주니 황송스럽다. 상가집에서 주는 밥은 가끔 아주 맛있다. 오늘이 딱 그날인가보다. 아니면 밥 먹는 시간이 늦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상 하나를 차지하고 있으니 밥을 다 먹고 나서 혼자 소주를 홀짝였다. 홀짝이고 앞을 보면 영정사진이 보인다. 그 사진 속 그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보는 사람이다. 지나다 한 번이라도 봤을까? 친구 장인 장례식이니 난 고인을 처음본다. 난 고인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고인의 자녀를 위로하러 왔다. 그런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고인을 한참을 바라본다. 장례식에서 고인의 얼굴을 오래 보기는 처음이다. 고인은 잘 차려입고 건장한 노년의 모습이다. 저렇게 정정한데, 어찌 죽었을까? 궁금하다. 쓸데없는 호기심일까? 아니면 죽음이 무엇인지 다가서려는 것일까? 상주를 불러 앉히고 묻는다. 왜 돌아가셨는 지 캐묻는다. 상주는 진지해진 목소리로 고인의 지난 병치레를 알려준다. 고인의 병치레할 때 이 찬구는 옆에 있었을까? 상주를 보내고 다시 고인을 바라본다. 그저 바라본다. 머라 숱은 적었지만 대머리눈 아니고 얼굴에 강인한 모습이 어려있다. 넓은 어깨는 양복이 조금 어색하게 여겨질 정도로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다. 그리고 두 눈은 나를 보고있다. 그는 그 때 카메라를 봤겠지만 지금은 나를 보고있다. 이제 그의 삶의 단 한 순간의 모습만 꽃 속에 놓여있다.
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고인은 평생 꽃을 받아봤을까? 왜 꽃으로 꾸미는 걸까? 꽃 길을 놓는 것일까? 사진 속 고인하고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법당 압구 사천왕 그림이 더 어우릴 듯한 강인함이 느껴지는데. 잠시 고인 옆에 무엇을 놓으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좀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제 그는 생명을 잃은 자연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길. 꽃 길이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 앞에는 제단이 있고 향이 피워 오르고 있다. 오른쪽에 상주가 있다. 손님이 찾아와 절을 하면 묵념하고 있다가 맞절을 한다. 그리고 어색한 순간이 온다. 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상주의 어린 자식들이 상주 옆을 왔다갔다한다. 그가 남긴 생명들.
내 자리에 친구들이 하나 둘 찾아와 앉았다. 이제 친구들 대화에 빠져든다. 그리고 술 잔이 몇 번 돌고 나는 먼저 일어났다. 고인과 친해진 느낌이다. 집에 가는 길에 얼핏 고인의 얼굴이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어제 밤에 잠자리에 누워 그제 잠자리에 누웠던 것을 생각했다. 하루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 것이다. 그 끝은 죽음이고 난 어떻게 살면 좋을까를 생각했었다. 다시 그렇게 잠자리에 들다보면 장성한 자녀가 내 앞에 있을 것이고, 또 손주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 점점 잠자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나는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죽어도 알지 못하는 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