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군인이 휴가를 떠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수없이 반복해서 물었던 그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 타는 순간부터 이미 지금의 사태는 예정되어 있었다. 태국에 도착한 그는 자신이 선택한 성에 맞춰 수술을 했다. 그리고 신체는 여성이 되었고 한국에 여성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기 전 그녀는 대한민국 남성 육군 군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방송인 하리수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태어날 때 주어지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을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가?' 남성이 여성이 되고, 여성이 남성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하리수 방송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2002년 법원 판결로 하리수는 주민번호 뒷자리 1이라는 숫자를 2로 바꿨다. (2000년 이후 출생자는 남자는 3, 여자는 4로 시작한다.) 우리 대부분은 하리수를 통해 성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들이 성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부는 아직도 그들을 비난하고 있다. 그래도 난 우리 사회가 가진 포용력에 감탄했다. 절대적 믿음으로 성 전환이 안된다고 그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면 그 끝은 끔찍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군대. 극소수의 여성을 제외하고 남성들이 그들의 힘과 남성다움을 자랑하는 곳이다. 조금 비속어로 표현하면 마초집단이다. 남성다움이 최고의 가치가 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집단이다. 그리고 가장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곳이다.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절대 남성의 성지에서 한 남성이 여성으로 변해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하고 여군으로 받아들일지 군대에 물었다. 변하사가 던진 이 질문은 군대라는 곳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 대답은 명확했다. 군대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변하사를 제대시키기로 결정했다. 군대답다. 하지만 그들이 그저 마초집단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고 말았다.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
결국 이유가 없었다. 질문은 '남성이 여성이 되어도 군대에서 복무할 수 있느냐?'인데, 답은 아프니 복무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군대의 상식에서 벗어나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반문처럼 들린다. 그러나 답이 틀렸으니, 답을 제대로 할 때까지 군대는 여기서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이다. 군대의 첫 대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마도 언론은 신문팔이를 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다뤄줄 것이고 군대는 지속적으로 답변을 요구받을 것이기에 섣부른 대응이지 않았나 싶다.
보수 중에 보수집단인 군대. 군대는 보수집단이어야 한다. 헌법을 지키고 나라의 안녕을 지키는 곳이기에 그렇다. 그 무엇도 이 두가지 가치를 앞서지 못한다.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런 곳이 군대라는 것을 무리는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동안 이 가치 아래에서 수 없이 많은 것들이 그저 묻히기만 한 곳이기도 하다. 사회적 합의와 가치들도 받아들이게 될 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파도 한 가운데 선 당당하고 굳센 한 여성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엄지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