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521.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사람에 대한 두려움
동네 골목에 나가면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모여서 담방구나 축구같은 놀이를 했으며, 저녁 시간에 엄마가 부를 때까지 늘상 그렇게 길에서 놀았다. 아이들 속에는 좀 더 나이 많고 힘이 쎈 형들이 있었다. 그들이 놀이를 주도했고, 그 놀이에서 그들의 역할은 뛰어났다. 난 그런 사람들에게 나쁜 감정이 생기지 않게 그들을 대했다. 그들이 하자는 놀이에 순순히 응했고, 그들이 이상한 소리를 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심 그들이 나를 향해 화를 내거나 불편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빠한테 복종했고, 학교 선생님한테 그러했으며, 나보다 힘이 쎈 사람들에게 그렇게 대하며 살아왔다. 난 사람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밖으로 내 보이지 않았다. 두려움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끄러운 감정이 들어서였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 마음과 마주보며 고민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거라고 위안 삼았고, 주변에서 종종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동질감을 가졌다.
이 책은 사람이 표현하기에 가장 부끄러운 감정을 여지없이 표현했다. 읽기에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자꾸 내 모습이 주인공인 요조와 겹치게 되고, 한없이 약해지는 나를 확인하게 됐다. 부끄럽다. 하지만 늘상 마주치는 내 모습은 요조의 모습이다. 그래도 다른 점은 난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 감정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부정적 감정이 지배적으로 변한다면, 요조처럼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대 시기에 술 취해 거리에 토하며 정신을 잃어가던 그 모습은 어쩌면 요조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전은 항상 사람을 향하고, 사람이 가진 본질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다. 이 책도 그렇다. 요조가 내가 되고, 내가 요조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