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지아빠 Jun 22. 2020

세계 속 자아, 자아 속 세계

[532]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금처럼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어린 학생들이 과연 데미안이라는 책을 읽을까? 이 책을 읽고 깊은 고민에 빠질까? 학생 시절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내 주변에는 제목처럼 세계 속 자아를 가진 사람과 자아 속 세계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부류가 함께 모이면 종종 다툼이 일어난다. 아내와 내가 그렇다. 그래서 아내는 나와 다툴 때 종종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 누가 잘 못 했는지. 제발 상식적으로 생각 해."

세계가 정한 틀에 맞춰 행동하기를 바라는 아내의 말이다. 아내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난 이미 글렀다. 남들 생각은 나에게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느냐, 내가 해야만 하느냐' 정도가 기준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세계와 자아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법은 무척 싶다. 내가 태어났을 때 이미 세상은 있었고 기존 세계에 맞춰 사는 것을 세계중심이라고 하면, 내가 태어났을 때 세계를 내가 인식하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을 자아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모범생이고, 후자는 반항아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세계라는 틀이 이미 있고, 그 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문제아라고 부른다. 마치 '적응할 것이냐? 도태될 것이냐?' 묻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설득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책 속 싱클레어가 세계의 틀을 깨기 위해 겪어야 했던 성장통이 그렇다. 깨어난 자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세상 넘어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장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보낸 편지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이 한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새는 자아가 되고, 세계는 내가 태어나기 전 만들어진 것으로 고정관념과 편견, 예절과 상식 등 이유없이 지켜야 하는 것들이 된다. 그 세계에서 나오려면 투쟁이 있어야 하고, 단단한 알을 깨고 나와야 태어나는 것이다. 태어나게 되면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새로 태어나게 되면 가장 먼저 시점이 바뀌게 된다. 어떤 행동에 앞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까?'라는 걱정을 한다면 아직 알을 깨고 나오지 못 한 것이다. 세계라는 틀 속에 자신을 맞춰 가는 삶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행동에 앞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인가?'라고 묻게 된다면 알을 깨고 나온 것이다. 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삶이 된다. 알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면 깰 수 없는 규제들 뿐이지만, 알 밖에서 알을 바라보면 내가 원하는 것과 아닌 행동들로 바뀌게 된다. 


다시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그리고 뜨끔하다. 어느덧 다시 알 속에 들어간 새가 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도 데미안이 나를 안내해 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내 마음 깊은 곳 잠들어 있는 자아를 깨워 다시 마주봐야 할 시간이 된 듯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을 선택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