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가의 자질과 역량에 관한 소고
아이들의 놀이성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는 아이들이 참 많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으며 그러한 이유로 집 앞 놀이터에는 늘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가끔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한다. 무엇을 하며 노는지, 놀이의 규칙을 어떻게 지켜가며 관계를 맺는지 등 무심한 듯 유심히 보고 있으면 다양한 것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놀이(free play)는 극적 놀이(dramatic play)에서도 그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이하 사다리)에서는 이러한 극적 놀이를 ‘상상을 통한 변형’으로 바라보며 심적 작용을 포함한 놀이 즉, 역할 놀이나 사회극적 놀이로서 설명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놀이성이 갖는 특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사다리에서는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 약속
° 안과 밖을 넘나드는 행위
° 협의(조율)
오래된 기억이지만 놀이를 기획하고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놀이성이 갖는 세 가지의 원칙이 어떻게 구성되고 발전되는지 금세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놀이성을 근본 바탕으로 삼고 있는 창의적 드라마(creative drama)는 참여자의 자발성을 예술교육가가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구조화한 것’이다. 이는 아이들의 자발적인 극적 놀이나 교사 주도의 학습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방안이 된다. 이를 세분하여 나타내면 드라마 작업 현장에서의 상상(imagination)과 변형(transformation) 그리고 즉흥(improvisation)이 예술교육가의 작업 안에서 참여자와의 상호작용을 위한 주된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연극(theatre)과 드라마(drama)는 각자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다. 결과 중심의 연극(theatre)이 보여주는 것(to see)에 집중한다면, 드라마(drama)는 ‘실존적 체험(to do)’에 방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드라마 작업 안에서의 예술교육가는 참여자의 실존적 체험에 집중한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자신의 주된 활동영역을 예술과 교육의 단일 범주로 고정한 채 논의하는 것이 아닌 예술가와 교육자 사이의 이중 정체성(dual identity)을 동시에 논하면서 자신의 예술적 지향을 아동⋅청소년 그리고 일반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을 예술교육가(arts educator or teaching artist)라고 말한다. 예술교육가가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준비하는 내용과 형식은 예술교육가가 아닌 특정 다수 모두에게 공동으로 통용되는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이 아무리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준비되었어도 그러한 수업을 완성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리더의 자질 및 역량일 것이다. 특히 예술교육가가 만들어가는 작업의 대부분은 과정이 중심 되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참여자 중심으로 구성돼 만들어가는 이러한 활동에서 참여자가 주축이 될 수 있으려면 내용과 형식 이전에 그 수업을 이끌어가는 예술교육가의 자질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가 갖춰야 할 자질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 예술적 감각
° 정직한 인간됨
° 삶에 대한 건강한 태도
° 세상을 향한 깨어있는 눈
누구나 예술교육가를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예술교육가를 지속할 순 없다. 이론과 실제를 기반으로 행하는 이론적 실천가가 되기에는 힘든 고난이 따른다. 그러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교육연극을 시작했던 누구나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그 결과 오늘도 나는 드라마 작업을 통해 철저히 무너지고 좌절을 맛본다. 그렇게 ‘누구나’가 아닌 ‘아무나’의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참고문헌]
연극놀이 그리고 교육(2009). 연극놀이 저널 2호, 연극놀이 그리고 교육 서울: 연극놀이 그리고 교육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