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몸 이야기
오늘날 몸에 대한 담론이 뜨겁다. 현대철학에서 몸을 둘러싼 담론을 몸이 갖는 가치와 가능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E. Husserl)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결정적인 단서는 몸이다’(강동수, 2000 : 12)라는 말로 그 가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더하여 교육학자인 엘리아스(L. Elias)는 우리가 계발하려는 언어나 지각 능력이 우리의 몸 안에 내재해 있고 몸의 일부이며 몸의 제한을 받고 있음을 주장한다(임인숙 역, 1999).
몸은 단순히 피와 살과 뼈로 이루어진 생물학적 실체가 아닌 심미적 탐구의 원천이자 언어적 상징체계이며 문화적 현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몸을 가진 인간을 가르치고 훈육하고 관리함으로써 그것의 완성을 목적으로 삼는 교육학에서 몸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담지하고 있다(이병승, 2000).
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울어진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몸을 단순한 물리적 혹은 가시적인 몸으로, 다시 말해 육체와 신체의 표피적 산물로서 규정해 놨다는 데 그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과거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압축성장의 시기에 자본주의 시장에서 노동시간의 단축과 생산의 급증은 여가를 지향하게 된 현대인들에게 소비의 장려를 덕으로 일삼게 했으며,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자연스레 몸을 중심부에서 밀려 나온 하나의 부차적 개념으로 분리시켜 놓았다. 결국 이러한 사회구조 안에서의 몸은 조화롭게 비치도록 요구되는 기계적인 정형을 띄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오늘날의 몸은 보호받지 못한 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무방비한 상태로 내몰리게 되었다.
위에서 주지한 것과 같이 몸을 인간으로서의 존재적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로서 이해한다면, 몸은 단순히 객관화하기엔 복잡하고 어려운 성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하자.
몸이 치우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