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술교육가 안용세 Feb 10. 2022

메타버스에 오르기 전에

프로이트의 big picture 

메타가 연일 화제다. 메타(meta)는 그리스어로 ~의 뒤에, ~을 넘어, ~을 초월해서의 뜻을 갖고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메타의 개념을 인간의 의식이 아닌 심층의 무의식을 다루는 영역으로 상정하여 메타 심리학이란 용어로 부른다. 이러한 개념은 철학의 형이상학 즉, 신, 영혼, 우주와 같은 초월적 영역을 다루는 것과 유의하게 바라본다. 프로이트는 메타 심리학의 무의식을 과학적 접근을 통해 1차 정신 기구 모델과 2차 정신 기구 모델로서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메커니즘을 1차 정신 기구 모델인 무의식(unconscious), 전의식(preconscious), 의식(consciousness)으로 접근하고, 무의식의 1차 과정과 2차 과정으로 다시 세분화한다. 프로이트는 2차 정신 기구 모델을 구상하기 전까지 무의식을 주로 억압(repression)과 관련하여 설명하는데 이 글에서는 무의식과 억압의 관계를 다뤄볼 예정이다. 


1차 정신 기구 모델에서 무의식의 1차 과정은 압축과 전치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무의식의 2차 과정은 대상에 대한 현실적 분별력을 중시하는 의식과 전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무의식의 1, 2차 과정 이해

무의식의 1차 과정에서 프로이트는 꿈의 퇴행(regression)을 언급하였는데 이는 꿈이 무의식적 소원이나 오래된 억압을 무대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군부대에서 선임에게 억압받고 구속되던 상황의 사람은 꿈속에서 절대적인 힘과 권력에 노출된 자신의 상황을 발견한다. 이러한 즉각적인 작용은 무의식적 소원에서 기인하는데 이때 꿈-사고는 원초적인 무의식적 소원으로 향하게 된다. 바로 이 순간 과거의 소원은 꿈을 통해 현재 진행형이 된다. 이처럼 현실에 대한 억압된 상황은 꿈속에서 무의식적 퇴행인 과거의 기억으로 연관되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무의식의 1차 과정인 압축과 전치를 통해 상징화 혹은 기호화되어 나타난다. 꿈의 이러한 공정을 프로이트 그의 저서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 의식되기 이전의 낮의 잔재가 무의식으로 옮겨지며 둘째, 무의식 내에서 고유한 꿈-작업이 이루어지고 셋째, 가공된 꿈-재료가 지각으로 퇴행하는데 그 이유는 꿈이 지각 이미지로서 의식되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2차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전의식과 의식이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전의식은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해주는 관문이며 자극이 방출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전의식은 우리가 조금만 집중한다면 인지할 수 있는 단계에 접해 있는 매개자이다. 그러므로 전의식은 무의식을 억압하면서도 그것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의식의 대변자처럼 무의식의 작용에 끼어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1차 과정에서 주요한 메커니즘인 압축과 전치처럼 2차 과정에서의 주요 메커니즘인 현실적 분별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것은 의식의 개입인 ‘사유’이다. 예를 들어 배가 많이 고픈 상태에서 잠든 사람은 맛있는 것을 먹는 꿈을 꾸게 된다. 여기서 1차 과정인 압축과 전치의 무의식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꿈이나 환상만으로 현실의 허기를 달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은 잠에서 깨게 되고 먹을 것을 찾게 된다. 이것을 의식과 전의식의 개입 즉, 사유의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즉 현실적 분별력이란 즉자적인 환상적(꿈의) 만족을 유보하고 현실의 대상을 찾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1920년대 학문적 토대를 상당 부분 수정·발전시킨다. 1차 정신 기구 모델에서 무의식, 전의식, 의식의 메커니즘과 억압과 무의식과의 관계를 밝혔고, 2차 정신 기구 모델을 새롭게 고안하고 정의한다. 2차 정신 기구 모델은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상호 충동 및 갈등 양상으로 그 논리를 펼친다. 1차 정신 기구 모델에서 다뤄졌던 개념을 좀 더 명료하고 심도 있게 정제한 2차 정신 기구 모델을 요약하면 ‘무의식과 역동성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이드(id)

- 인간 육체의 본질적 차원이자, 리비도(libido) 자체, 삶의 뿌리

- 과도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생긴 흥분상태 혹은 긴장을 외부로 방출해 제거하는 것

- 속박 없는 자유로운 에너지의 흐름. 본질, 본능


자아(ego) 

- 각 개인 속에서 의식, 주의, 판단, 기억 등의 정신 과정을 일관성 있게 조직화하는 기능

-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드의 충동을 만족시켜주려는 것


초자아(super-ego) 

- 자아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

- 오이디푸스 적 소망을 포기하게 만든 이상적 자아, 감시자


위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드는 무의식 심연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자아와 초자아를 발생하도록 이끄는 원천적 에너지다. 이러한 에너지의 역동은 생존과 연결되는데 이때 발현되는 것이 자아다. 위에서 주지했듯 자아는 각 개인 속에서 의식, 주의, 판단, 기억 등의 정신 과정을 일관성 있게 조직하는 기능을 한다. 즉, 의식은 자아에 귀속된다. 자아의 중요한 점은 이드와 다르게 외부 현실에서 자신을 분리해 현실과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아는 본래 이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 무의식에 귀속되어 있다. 즉, 자아는 의식적인 자아와 무의식적 자아가 함께 공존하며 이것이 2차 정신 기구 모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드의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강력한 반응을 자아는 이성과 상식으로서 상쇄시키고 정리하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좀 더 쉬운 예로 현실에서 자아의 성숙을 이야기할 때 이드와 자아의 충돌에서 자아의 힘을 단련함으로써 외면의 의식과 내면의 무의식 간의 거리두기 즉, 비판적 성찰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위에서 말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드의 충동을 만족시켜주려는 것이 에고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초자아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프로이트는 초자아의 핵심기능을 이드의 욕구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으로 정의하였으나 때로는 이드와 손잡고 자아를 공격하고 비판하며 자아를 이드에 종속시킨다.


이처럼 이드, 자아, 초자아는 상호 갈등하고 타협하며 인격의 구조를 공동으로 만들어나간다. 이는 자아가 유일한 현실의 요구를 인정하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무의식과 의식의 욕구를 해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아가 내면의 욕구를 대변하는 이드와 초자아와 다르게 표현됨을 알 수 있다. 이를 프로이트는 두 마리의 말을 몰고 가는 마부에 비유하며 마부의 역할을 하는 자아가 2차 정신 기구 모델의 주요한 핵심임을 확인시켜준다.


자아와 이드 초자아가 갖는 상관관계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정신 기구 모델을 통해 알아보며 억압과 역동성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았다. 교육연극 활동은 주로 학습자의 모방, 유희, 통합, 성찰에 관한 융합 요소이다. 흥미로운 점은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과 의식 세계를 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점이 교육연극이 말하는 융합 요소와 일정 부분 닮아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에 집중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새로운 발견에 집중했던 이유는 이전의 연구가 개인보다는 집단에 매몰되어 있었고 그로 인한 보편적 평가가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었다. 이 또한 교육연극, 좀 더 커다란 범주로는 예술교육이 지향하는 개인의 행동과 발견 그리고 성찰을 통한 변혁이란 점과 유사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전의 경험에서 느꼈던 교육연극(예술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공동의 작업을 통해 나와 다른 남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프로이트가 집중했던 무의식의 단계가 내가 지향하는 작업의 추구함과 맞닿아 있고 그것은 그가 말한 개인의 무의식에로의 접근이자 초대이다. 


늘 새롭고 새롭기를 

마주치는 순간 마음에 불꽃이 일기를

색동무늬의 초대장을 들고 어디론가 떠나보자.

작가의 이전글 뜨거운 담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