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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Nov 18. 2021

애 낳으면 달라진다면서요?

좀 억울한 일


종종 편두통에 시달렸다. 대부분이 그러하듯 나 역시 원인불명의 편두통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편두통이 찾아오면 누워있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마저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토를 하거나 설사를 했다. 병원에 가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종종 찾아오는 편두통을 무방비한 상태로 늘 맞이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면서 편두통의 강도나 횟수가 점차 잦아들었다. 그러다가 임신 전 몇 년 간 또 급격하게 늘었다. 두통약도 크게 소용이 없어서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혈관을 확장하는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픈 걸까요, 묻는 의사는 나에게 말했다.     


“보통 젊은 여성들한테 편두통이 많은데요, 방법이 없어요. 임신하고 출산하고 나면 다 없어져요. 몸을 한번 뒤집어야 해요.”     


남자 의사의 말이었다. 임신과 출산의 계획이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하지 않았다. 그가 나를 이해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온갖 희귀한 병도 고치는 현대의학이 만연한 편두통에 대한 치료를 임신과 출산에 의존하고 있다니. 갑자기 편두통이 도지는 것 같았다.     


임신과 출산이 통하는 병은 또 있었다. 생리통. 나는 생리통도 심한 편이었다. 한 달 중 일주일을 생리 전 증후군으로 우울하게 보내고 또 일주일을 생리하느라 불편하게 보내고 나면 내가 의욕을 갖고 일상에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은 이주일뿐이다. 남자들보다 절반의 인생을 손해 보는 것 같아 억울했다. 아프기는 또 얼마나 아픈지. 생리통 때문에 진통제를 서너 알 삼키며 울었다. 두 알만 먹어도 약효가 나타나는 진통제를 찾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마저도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아 하루에 두 번을 먹는 날도 많았다. 배가 찢어지게 아픈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릎과 허리도 아팠다. 너무 아파서 뒹굴 수도 없을 정도였다. 더운 여름에도 전기 핫팩을 배에다 두고 잤다. 땀이 났고 종종 약한 화상을 입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여행할 때에도 뜨거운 물을 넣어 사용할 수 있는 핫팩을 늘 챙겨갔다. 이틀간 그렇게 아프고 나면 입에서 약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생리통이 가장 심한 날에는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조퇴를 했는데 그마저 민폐인 것 같아 동료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생리통 때문에 임신해야 하나, 정말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많았다. 그러니까 이런 통증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없어진다고?      


어쩌다, (사실은 계획적으로) 임신을 하게 되었다. 임신과 출산은 두려운 일이 확실하지만 기대되었다. 드디어 편두통과 생리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니. 이런 면에서는 혁명적인 일이 아닌가.     


그런데 반전이었다.  글을 쓰는 오늘, 나는  편두통에 시달리느라 계속  운동을 하고 있고 생리  증후군을 며칠 전에 겪었다. 우울한 기분에 포획되어 파트너에게 죽고 싶다고 말했다. 죽고 싶은데, 정말 내가 죽어버릴까  불안과 분노가 폭풍처럼 밀려왔다. 배의 통증은 과거와 달리 조금 나아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무릎과 허리가 아픈 것은 여전했다. 심지어는 없던 손가락 마디와 손목 통증이 추가되었다. 임신과 출산을 통해 편두통이 낫고 생리통이 좋아진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과학에 근거한 것일까? 여성들의 경험에 의존한 것일까? 갑자기 생각난다. 아이를 넷이나 낳은 엄마가 생리통 때문에 거의 기절할 뻔했던 것을. 가족이  함께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차에서 거의 혼절한 엄마를 살리기 위해 우리는 집이 아니라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어떤 여자들은 분명히 아이 낳고 생리통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나는, 우리 엄마는 열외인 것일까. 임신과 출산을 하면 생리통이 좋아진다는 오랜 믿음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설명되지 않는 여성의 고통에 대한 해답을 어디에서 찾을  있을까?     


조금 억울하다. 임신과 출산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이 편두통과 생리통에서 나는 과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원인만이라도 알게 된다면 조금 덜 답답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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