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웃음으로 버무린 시대의 눈물

by 오백이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한마디로 '웃픈' 시절의 유쾌한 고백록이다. 천진난만한 시골 소녀가 겪는 근현대사의 격랑을 작가 특유의 맛깔난 입담으로 풀어내, 독자는 웃다가 문득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싱아'는 새콤달콤한 맛을 지닌 여린 풀이다. 주인공 '나'에게 싱아는 순수하고 풍요로웠던 유년 시절의 상징이다.


친구들과 산과 들을 누비며 싱아를 꺾어 먹던 박적골의 기억은, 삭막한 서울살이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과 맞물리며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작가는 무겁고 어두울 수밖에 없는 시대의 상처를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다.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 순사에게 아부하는 어른들의 모습이나, 전쟁 통에 피난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그려낸다.


하지만 그 유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그 속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풍자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어, 웃음 끝에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사라진 풀에 대한 물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순수했던 시절, 아름다웠던 가치들이 혼란스러운 역사 속에서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에 대한 탄식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역사 교과서가 알려주지 않는 '살아있는 역사'를 경험하게 한다. 박완서라는 거장의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소녀의 성장과 한 시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간결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특별한 독서를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