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by 오백이

저는 흔히 인사를 휘발되는 언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술을 떠나는 순간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지는 진동 같은 것이라고. 김애란의 문장을 통과한 ‘안녕’은 조금 다른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거실에 남겨진 얼룩이기도 하고, 재개발을 앞둔 낡은 복도의 서늘한 공기이기도 하며, 끝내 송금하지 못한 마음의 부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작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급소인 ‘공간’을 파고듭니다.

평수가 계급이 되고, 창밖의 풍경이 자존감의 높이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선량함은 얼마나 위태로운지, 작가는 서늘할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이웃’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 선의의 유효기간은 대개 내 집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지점까지만 허용되곤 합니다.
그 비루하고도 인간적인 경계 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간신히 "안녕"이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우리 모임에선 그 짧은 인사 속에 숨겨진 팽팽한 긴장과, 우리가 차마 외면했던 삶의 단면들을 꺼내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가 소설의 끝에 남겨둔 그 '뒤늦은 깨달음'이 우리에겐 조금 더 일찍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