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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니바 Mar 02. 2022

엄마를 위해 딸이 만든 카레

소화가 잘되는 순두부 우유카레

카레가 먹고 싶어!


퇴사한 딸 내 집에 장기 체류 중인 엄마가 카레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엄마가 해준 요리를 아기새처럼 받아먹기만 급급했는데 퇴사 이후 요리에 취미가 생긴 요즘에는 오히려 내가 엄마를 위한 요리를 더 자주 하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맛볼 때마다 늘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우리 딸이  커서 요리도 하다니,
   참으로 오지네!"


그간 카레는 간편식으로 사서만 먹어봤지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이번엔 직접 만든 카레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엄마의 '우리 딸 오지네!' 소리를 듣고 싶었다.


  인도 카레, 일본 카레, 3분 카레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카레사랑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  출처 : 나무위키


다행히 카레는 만들기 참 쉬운 편이다.

취향에 따라 양파나 당근, 감자, 고기 따위를 넣고 볶다가 물과 카레가루 넣고 끓여주면 순식간에 근사한 카레가 뚝딱 완성된다. 그러니까 냉장고를 뒤져서 적당히 카레에 뭘 넣을지만 고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엄마가 먹을 카레는 달라야만 했다.

위가 아픈 엄마는 조금이라도 질긴 음식이나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으면 어김없이 속이 부대꼈다. 그걸 매일같이 지켜보고 있자면 절로 요리 재료에 각별히 신경 쓰게 된다. 엄마의 아픈 위는 요리를 하나도 모르던 내가 요리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대체 카레에 뭘 넣어야 몸에 좋고 소화도 잘 될까


일반적으로 카레에 들어가는 양파나 당근은 채소라서 괜찮지만 기름진 돼지고기는 부담스러웠다. 고기를 잘게 다지지 않는 이상 분명 엄마는 먹고 또 탈이 날 것이다. 돼지고기를 대체할 만한 단백질 요소가 뭐가 있을지 생각하며 냉장고를 뒤지다 순두부를 넣기로 했다.


순두부는 워낙 부드러워 으깨지 않아도 입에서 살살 녹아내리니 소화에 좋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대신 매운걸 잘 못 먹는 울 엄마를 위해 우유를 넣어 부드러운 크림 카레 느낌을 내고 싶었다. 잘만 만들면 카레로 크림 리조또 같은 고급스러운 맛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순두부 우유 카레]


[요리 재료]

양파 1/2, 당근 1/3, 청양고추 1개, 물 200ml, 우유 1팩(200ml), 순두부 1팩, 카레가루 4큰술, 올리브유 1큰술,  소금 1/2 티스푼,  다진 마늘 1/2 큰술,  후추,  밥 (먹고 싶은 만큼!)



[만드는 법]   

1. 양파와 당근, 청양고추를 썰어준다.


2. 올리브유를 두른 냄비에 양파, 당근을 넣고 볶다가 야채들이 충분히 익으면 다진 마늘을 넣고 볶는다.


3. 물과 우유를 넣고 끓이다가 카레가루를 넣고 잘 풀어준다.


4. 순두부를 넣은 뒤 무심히 수저로 툭툭 썰어 잘 섞어준다.


5. 청양고추와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6. 완성! 우유의 고소함과 순두부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고품격 카레를 밥과 함께 꿀꺽한다.



확실히 카레에 우유를 넣었더니 고소함이 배가 되고 하얗고 부드러운 순두부 덕분에 은은한 크림빛이 감도는 게 카레가 고급진 모양새로 변신했다. 부디 엄마가 맛있게 드셔야 할 텐데.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카레에 순두부를 넣는다니 신기한 듯 주방을 기웃거리던 엄마는 완성된 카레를 한 입 드시더니 부드럽고 맛있다며 그 자리에서 카레와 함께 밥 한 공기를 뚝딱 하셨다. 순두부 우유카레를 먹은 그날, 다행스럽게도 엄마의 위는 멀쩡했다. 입맛에 맞으셨는지 이후 엄마는 틈만 나면 순두부 넣고 카레를 만들어 달라 졸라댔다. 엄마를 위해 딸이 만든 첫 카레는 대성공이었다.


알아봤더니 순두부 속 풍부한 식이섬유가 위장의 부담을 덜어주어 소화에 좋고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연 부들부들 순하게 생긴 순두부의 첫인상과 잘 어울리는 효능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리 재료도 첫인상과 내면의 모습이 닮은 경우가 많았다. 사람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순하게 생긴 순두부 요 녀석이 우리 엄마 뱃속에서 위장운동을 도와줬을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뉴스에선 봄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아직 겨울의 찬 바람이 가시지 않은 3월 초.

따뜻함이 감도는 노오란 카레 먹기 딱 좋은 시기다.

자극적인 음식과 스트레스로 위장이 지친 분들이라면 순두부 우유 카레와 함께 속은 편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봄을 맞이하면 좋겠다.





*자세한 요리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유튜브 <주니바의 식탁>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고급진 맛! 순두부 우유카레




*이 글과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2차 편집 및 재업로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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