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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니바 Mar 23. 2022

요리는 귀찮지만 건강하게 먹고 싶어

무심하게 건강 챙긴 간장계란밥

직장인 시절, 7시 반에서 8시 사이 퇴근은 저녁 먹기 가장 애매한 시간이었다.


차라리 늦게까지 야근하면 야근식대로 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면 되는데 한두 시간 애매하게 초과 근무를 하고 나면 퇴근 시간이 저녁 식사 시간과 완전히 겹친다. 이제와 약속 잡기도 애매하니 꼼짝없이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귀찮은 상황이다.


꾸역꾸역 지옥철을 뚫고 집에 도착하면 보통 8시 반에서 9시 사이.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려 파김치가 된 나를 위해 뭔가 밥다운 걸 먹고 싶지만 배달시켜 먹자니 안 그래도 늦게 먹는 저녁식사, MSG 범벅인 배달음식은 허기를 달래줄진 몰라도 위장에 부담을 팍팍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럴 때 만들어 먹기 딱 좋은 요리가 하나 있다.

바로 간장계란밥이다.




내 기억 속 첫 간장계란밥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간장계란밥이었다. 어린 날의 우리 삼 형제는 모이기만 했다 하면 온갖 놀거리를 개발해 내는 통에 종종 늦은 저녁까지 잠 안 자고 놀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참 놀다가 배고프다 칭얼대면 엄마는 야식으로 간장계란밥을 만들어주시곤 했다.


밥과 계란, 간장 또는 콩자반 국물, 참기름만 있으면 순식간에 짭조름하고 고소한 엄마표 간장계란밥이 뚝딱 완성되었다. 엄마가 밥그릇에 슥슥 비벼 입에 넣어주던 간장계란밥은 안에 별로 들어간 게 없는데도 꿀맛이었다. 간장계란밥이 사라질 때쯤이면 허기진 배는 적당히 채워지고 몰려오는 졸음에 우리들은 하나 둘 제 발로 잠자리에 들었다.


성인이 되고 집 떠 나와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하던 학생 때에도 계란만 있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간장계란밥은 나의 소울푸드였다. 직장인이 된 후에는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간장계란밥을 찾았다.


그래! 오늘 저녁은 간장계란밥, 너로 정했다!

그런데 저녁 메뉴를 간장계란밥으로 정하고 났더니 슬슬 욕심이 났다.


간장계란밥을 저칼로리로 더 속 편하고
건강하게 먹을 순 없을까?
퇴근 후엔 귀차니즘 만렙으로 등극하니
요리는 무조건 간단하게!


요리하기 귀찮을 때 가장 만만한 건 전자레인지 요리다.

편의점에서 라면과 김밥 대신 두부와 계란을 사 왔다. 냉장고에 있던 버섯과 대파를 꺼냈다.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 밥은 반공기만, 대신 얇게 썬 버섯과 으깬 두부를 대충 밥과 섞어 전자레인지에 3분 돌렸다. 전자레인지가 버섯향이 폴폴 나는 버섯 두부밥을 제조하는 동안 파송송 계란 탁! 파 기름에 계란 프라이만 만들어주면 이미 요리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



[버섯 간장 계란 두부밥]



[요리 재료]

표고버섯 2개, 대파 1/4, 두부 반모(150g), 계란 1개, 밥 150g, 소금 1/2 티스푼, 진간장 2큰술, 꿀 1큰술(알룰로스 대체 가능), 참기름 1큰술, 올리브유 2큰술, 깨

(*재료의 정량은 참고로 보시고 먹고 싶은 만큼 취향 껏 넣어 드세요 :D)



[만드는 법]

1. 표고버섯과 대파를 얇게 썬다.


2. 두부는 물기를 살짝 제거한 뒤 으깨어 밥과 함께 섞는다.


3. 두부밥에 썰어둔 버섯 절반과 소금을 넣고 잘 섞어준다.


4. 남은 버섯을 밥 위에 예쁘게 올린 후 전자레인지 3분 돌린다.


5. 전자레인지가 열일하는 동안 올리브유에 대파 넣고 볶다가 파 기름에 계란 프라이를 만든다.


6. 완성된 밥 위에 계란프라이와 볶은 대파를 올린 뒤 파기름이 남아있는 팬에 간장과 꿀, 참기름 넣고 살짝 끓여 간장 소스를 만든다.


7.  밥 위에 간장 소스와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8. 계란 노른자 톡 터트려서 버섯밥과 함께 슥슥 비벼먹는다.



이건 절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니 그야말로 간장계란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두부의 수분으로 익은 버섯의 짙은 향이 풍미를 더하고 파 기름으로 만든 계란 프라이와 간장소스는 고소하고 짭조름한 게 맛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만들기 정말 쉬운데 한정식집에서나 맛볼법한 고급스럽고 건강한 맛이 난다.


맛과 향만 건강한 게 아니다. 실제로 표고버섯은 건강에 정말 좋다. 표고버섯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에 소화와 다이어트에 좋을 뿐 아니라 불면증 예방과 항암 효과, 머리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어 퇴근 후 지친 두뇌를 달래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요리는 귀찮지만 건강하게 먹고 싶을 때, 퇴근 후 만사가 귀찮은 저녁에 뭐 먹지 고민될 땐 버섯 간장 계란 두부밥을 추천한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기에 이만큼 간단한 요리가 없다.

 





*자세한 요리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요리는 귀찮은데 건강하게 먹고싶을 땐? 버섯 간장계란두부밥!


*이 글과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2차 편집 및 재업로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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