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공감하기
3년 전엔 신상이었던 내 아이패드.
선물 받았던 귀하신 님으로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셨다.
가방에 꼭꼭 들고 다녔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지금은 아이패드 에어에
크고 아름다운 새로운 시리즈도 나오고
상대적으로 내 아이패드는 무거워졌고
용량도 작았고 배터리도 금방 닳았다.
'그걸 팔고 새 것으로 사지 그래?'
좀만 가볍고 용량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나에게
친구가 권했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왜?라고 묻는데
이건 이 자체로서의 추억이 무척 많기 때문이었다.
내부의 저장된 콘텐츠들은 백업을 시키고 기계만 바꿔 복원하면 되는
추억을 아주 스마트하게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그 문명의 기기를 처음 선물 받았을 때
그 놀라움과 미안함,
garage band 어플의 기타를 퉁퉁거리며 치고 art rage 어플로 그림 시원하게 그리던
그 즐거움,
페이스타임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며 떨던 수다,
둘이 카페에 앉아 아이패드로 집중하던 박자 맞추기 게임 (ㅋㅋ)
이 기기가 나에게 주었던 수많은 추억과 행복이 콘텐츠를
그저 복원시키는 것으로 해소가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난 예전에 쓰던 핸드폰도, 노트북도 쓸 수 있을 만큼 오래 쓰고
그러고 나서도 처분을 못하고 한참을 곁에 두곤 한다.
구형의 기기들은 언제나 무겁고 투박하다는 이유로 새로운 제품에 대체되곤 한다.
마찬가지로 내 아이패드는 여전히 무게가 조금 있다.
작은 용량보다 더 큰 추억의 무게가.
누가 볼까 봐 얼른 홍대의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 작은 카페에 마주 앉아
건네주던 빨간 리본이 달린 흰 쇼핑백.
아이패드 커버가 많이 낡아서 처음 선물 받던 기억이 났다.
아직은.... 바꾸질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