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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즈나 Sep 16. 2015

공간 만들기.

그림으로 공감하기

대학교 1학년 시절,

공간을 표현해오라고 했던 과제가 있었다.


미대생에게 내려진 과제니 다들 그림 그려 제출했는데

나는 쌩둥 맞게 글을 써 갔다.



그녀는 자유롭고 게으른 예술가.

큰 창문이 있는 아담한 다락방이 그녀의 공간이다.

걸을 때마다 나무바닥이 삐걱거리고  손볼곳도 많은 낡은 곳이지만

나름 운치 있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둬버리는 게으름뱅이.

세상 모든 것이 본인 예술의 영감이라며 책부터 시작해서 

길가의 돌멩이마저 지나치지 못하고 모으고 보는 그녀는

정작 정리는 못해서 먼지만 뽀얗게 쌓여간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들은 가장 예쁜 공간에 예쁘게 배치해두곤 한다.

본인의 작품엔 또 얼마나 애정이 넘치는지 벽에다 붙여놓고 감상하길 좋아하고 

가끔 액자에 끼워 선물도 한다. 상대가 좋아하 건 말건.

최근엔 벼르고 벼르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샀다. 

핑크빛이라 맘에는 드는데 청소하기 귀찮은 게 문제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건 다락방의 햇살이 가장 잘 비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책을 보는 것이다. 그러다 스르르 잠들기.

어쩔 수 없이 게을러질  수밖에 없는 그녀만의 공간.


대충 이런 느낌의 글.



독립을 꿈꾸었던 난

내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어! 란 마음을 담아 표현을 했고

그걸 그림으로 왜 안 그렸냐고 묻는다면 워낙 디테일한 설정 탓에

'표현을 못하겠어서' 란 이유였다.

(그땐 1학년이었으니 그림실력은 더 어설펐다.)


사실 남들과 다른 내 과제의 모습이 불안하긴 했다. 

다행히도 교수님께선 다른 표현 방식에 대해서 인정해주시고

콘셉트만큼은 명확하게 나타냈다며 칭찬도 해주셨다.

(교수님 사랑합니다...ㅋㅋ)



이 그림은 과제 제출 후 5년 뒤에 그리게 되었다. 왕 게으름...


여전히 나만의 작업실은 가지지 못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끔은 기타를 치고 

특별한 날엔 주변 사람들과 작은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항상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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