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개다가
집에 있을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빨래 개기는 내 몫이다.
다양한 빨래 중에는 속옷들도 있다.
와이프와 아이들의 속옷들. (나는 세 여자들과 한집에 산다)
아이들의 속옷을 개다가 와이프와 이런 대화를 했다.
나 : 근데 아이들이 중학교도 가고 사춘기도 오고 그러면 아빠가 자기 속옷 개는 거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와이프 : 무슨 소리야. 아이들이 그런 걸 부끄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해야지. 한 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구먼.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딸의 속옷을 아빠가 개 주는 게 그녀들이 부끄러워할 거라는 건 편견 속의 내 생각일 뿐이었네. 딸들에게 그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게 당연하지. 속옷은 그냥 속옷일 뿐일 수도 있는데.
편견과 차별이 나에게도 온몸에 박혀있다.
뒤집어 생각해보니 가족이라면 부끄러울 일도 아닌 것을.여자/여성이라는 이유로 세상은 온갖 조신함과 여자다움과 별것들을 다 요구한다.
아내와 딸들이 살아갈 팍팍한 세상. 조그만 마음들이 모여 조금씩 나아지기를.
이런 쓸모없는 마음들이 조금씩 빠져나가기를.
201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