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빗ORBIT Oct 14. 2019

썩지않게 아주오래

 오늘은 붉은 달이 떴어요.  당신은 달빛이 부서지는 바다를 보았을까요? 달 그늘 아래 빛나는 샛별에 관하여 눈치를 좀 챘나요. 사랑은 많이 했나요. 사랑은 많이 받았고요? 좀 더 환기해도 좋을 이 계절에 망연한 것은 나뿐인가요. 사라지는 것은 당신뿐인가요. 그저 인사만 하고 싶었다던 위태로운 손짓을 멀리 지나치는 전기적 신호처럼 깜빡깜빡. 이렇게 슬프다가도 당연한 듯 오늘을 놓아가겠죠. 내 오목하고 작은 손웅덩이에 잠시 머문 송사리를 놓아 주 듯 무심하고 행복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날을 따라 본을 그리면 당신 얼굴 같다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흩날려도. 그렇게 잔잔해도. 썩지않게 아주오래. 모두가 사라지기 전에 자취를 감춘 당신의 안부를 묻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금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