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소음

by 올빗ORBIT


새콤달콤을 입에 물었다. 하잘것없는 유년의 맛. 녹기를 기다리느라 비가 내렸다. 달력을 보지 않으면 10월인지 칠월칠석인지 가늠할 수 없는 폭우. 시기에 맞춘다는 것의 예의에 관하여 다시 생각해 본다. 누군들 가을이고 싶지 않을까. 이때에는 곧잘 낙마한 행복이 진열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집 거실에는 그 흔한 가족사진 하나 없다.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것들을 생략하고도 잘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해 본다. 유복한 어린 시절. 불행의 형태를 짐작조차 할 수 없던 유년이 새콤달콤처럼 입 속에서 흩어진다. 때모르는 빗소리가 거세다. 하얗게 부서지는 소음 위로 목소리를 겹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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