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삼림

by 올빗ORBIT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숲. 망우삼림. 나는 당신이 여기 두고 간 서른다섯 번째 기억입니다. 나는 2016년도에 태어나서 2018년도에 유기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계속해서 당신의 추억과 시간을 유린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상처를 계속 퍼먹고 자라서 피에서 참나무 진액 맛이 납니다. 당신이 나를 유기하는 동안 마신 위스키와 코냑, 독한 보드카들이 나를 키웠기 때문입니다. 나는 때때로 성장을 멈췄다가 이 숲에 버려지기까지 거센 반항으로 당신을 괴롭혔습니다. 가끔은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헷갈릴 만큼 당신은 나를 자주 떠올렸고 그래서 한 동안 당신과 나 사이에는 어떠한 구분도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잠식한 줄 알았습니다. 혹은 당신이 나를 영원히 키워 줄 줄 알았습니다. 검고 깊어지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나의 손을 놔줄 때의 표정을 압니다. 발 밑으로는 당신이 그렇게도 많은 밤을 비워내던 위스키가 흐르고 영원히 잎이 돋지 않는 황폐한 나무둥치가 하얗게 말라가던 숲. 그 축축한 숲에서 감히 회복을 말하던 구간을 무한 재생해 봅니다. 햇빛이 들지 않아 영원히 뿌연 안개로 덮여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결코 자신을 찾아오지 못하도록 길은 흐려지고 숲은 울창해질 거라고 했습니다. 까마득한 몸부림과 고된 눈동자를 보며 당신이 얼마나 나로 하여금 피폐해졌는가를 압니다. 토사물을 쪼는 비둘기를 보는 것 같나요. 선착장에 버려진 치어 위로 꼬이는 파리와 같나요. 그도 아니면 누군가 치고 지나간 새끼 고양이의 사체 위를 지나가는 기분인가요. 그 정도만 되었어도 내가 여기 버려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당신의 안부가 가끔 궁금해집니다. 나는 정말 영원한 미아로 여기 살게 될까요. 사슴벌레가 참나무 진액을 천천히 빨아먹듯 얼음이 녹아가는 위스키를 빨아먹던 당신은 정말로 나를 잊었을까요. 망우 삼림에 해가 드는 날 내가 당신을 찾아 나서면 당신은 또 오랫동안 나를 달래며 다시 여기로 나를 버리고 갈 건가요. 나는 아직도 이렇게 검고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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