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팝니다
사랑을 고백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세요. 영혼을 들여다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이어져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이어드리겠습니다. 코너를 돌다 부딪혀 들고 있던 물건을 놓쳐서라도, 혹은 운전 중 가벼운 접촉사고라던가 독서모임의 의미 없는 티키타카로도 가능합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커온 소꿉친구 설정은 어떠신가요. 정해져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고 뜨겁게 사랑하고 살을 부대끼다 싸우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다 더러는 헤어지고 더러는 상대방의 죽음까지 함께하기도 하지요.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끼리 오순도순 살다가 세상을 뜬다는 동화 같은 스토리도 진부하고 좋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울수록 자주 회자되고 많이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역경을 조금 첨부해 볼까요. 원수의 집안이라거나 알고 보니 상대가 숨겨진 혈육이라거나 사랑인 줄 알았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 사랑이라거나 혹은 당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상대가 대신 감옥에 가는 이야기는 어떤가요. 사랑하면 안 되는 대상일수록 자극적이고 진한 소스가 되지요. 도덕과 윤리를 거부하는 것도 단골 소재예요. 비난과 혹평이 이어져도 소비는 잘만 되던걸요. 아. 그렇습니까. 클리셰 범벅이라고요.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어요. 팔리는 이야기, 읽히는 사랑은 그러니까 어딘가의 누군가를 통해서 반드시 세상에 태어났을 거예요. ‘참신'은 이제 사어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사랑 이야기는 결국 당신이 가장 많이 본 편하고 능숙한 형태의 방식으로 결말을 맺을 거예요. 악을 응징하고 정의를 수호하고 꿈을 이루고 사랑을 지켜내세요. 삶을 발췌하고 감동을 진열하세요. 고백에는 꽃다발과 반지가 필수랍니다. 한쪽 무릎을 접고 상대방의 눈에 당신을 심으세요. 당신이 이 진부한 세상에 주인공이 되는 길은 오직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