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알비노였다. 온 데가 하얘서 무례한 시선에 곧잘 노출되는. 그것은 자외선보다 해롭다. 백발의 머리카락이 공기 중으로 산화되는 모양새가 퍽 아름답다. 가끔은 하얀 것 아니라 투명한 것이라 여긴다. 아이의 언어는 가끔 모든 것들 투영한다. 힘없는 이들은 사나운 사자가 되어 내 곁을 걷고 굽이치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시간. 아이가 노래하는 모든 것들이 색깔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상관없다는 듯 천연덕스러운 고요가 도래한다. 목소리에 증상은 없다. 언어에 음률을 더한다. 성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로 쏟아지는 햇살. 머무를 수 없어요. 멀어져야만 했어요. 사과를 베어 물고 소원을 말하는 너의 작은 입술을 바라본다. 깊고 처연한 아이홀. 앓고 있는 것이 사춘기의 어느 지점인지 삶 자체 인지에 관하여 따지지 말 것. 아이가 갈구하는 자유와 질문에 관하여 나는 답을 내려 줄 수가 없다. 부서지는 별과 다름없는 이름의 파열.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이름처럼 살게 되기 때문이래요. 하얀 와인을 한 모금 삼키자 잔에 든 액체가 붉게 물든다. 그러니 내게 이름을 줘요. 백지로 두지 말고. 모든 부끄러운 것의 안쪽은 말랑해서 한 번에 삼킬 수가 없다.
나는 또 한 번 대답을 폐기하고 물가로 걸어 들어갔다. 폭력적인 생으로부터 아무것도 지켜줄 수 없어 부끄러워. 흰 것을 흰 그대로. 휜 것을 휜 그대로. 정말로 나는 자신이 없었다.
아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자못 진지한 나의 표정은 농담이 되고 그늘로 익어 내린다. 극지방의 눈처럼, 배의 무른 속살처럼, 첫사랑의 목덜미처럼, 아기의 새로 돋은 유치처럼, 방목한 우유처럼, 아이의 고유한 이름처럼, 이름처럼.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