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차려진 신들 앞에 두 손을 모은다. 무병장수와 부와 애정을 빈다. 누구라도 들어준다면 무슨 신이건 상관은 없다. 너희들 중 누구도 하나하나를 골라 세공하지 않았으니 한낱 인간의 초라한 몸부림을 어리게 여겨라. 명령의 어법으로 부탁을 건넨다. 좋은 말만 믿을 거고 안 좋은 건 거를 거야. 진실은 간결하고 예언은 불우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접시 위에 먼저 먹을 것들을 선별한다. 인생은 짧다. 디저트부터 먼저 먹는다고 이 식사가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언제부터 뷔페가 코스 요리 인양 양식과 교양을 따졌기에. 엄숙한 얼굴로 규범과 율법을 따지는 것도 인간. 말씀을 전하는 것도 인간. 해쳐라 모여라 지껄이는 것도 인간. 나약함에 기대온 것도 인간. 그리하여 신의 얼굴은 헷갈릴 때가 있다. 신의 권위가 언제부터 인간의 눈코 입을 입었나. 친근해서 좋은 건 같은 종의 친구 정도로 족한데. 아니, 개나 고양이 정도의 소동물도 괜찮지.
건너의 소문을 빙자해 이웃을 현혹시키고 불행을 뜯어먹으며 커지는 너희를 신이라고는 부르지 못하겠다. 불행을 사들여서 작은 행운 정도 쥐어주는 악덕과 갑질의 아이콘을 어떻게 얼마나 더 신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그러니까 신들은 베스킨라빈스처럼 골라먹을 수 있을 때, 그래서 알록달록한 단맛으로 인생 단꿈 정도 꾸게 할 때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 왜 신을 참칭 하는 자들이 이리도 시끄러운지 잘 모르겠다. 안 무거운가. 신 뒤로 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