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일기

by 올빗ORBIT

1. 빛의 진동수는 색을 결정한다. 지금의 나를 결정하는 것이 행동인지 생각인지 고민해 본다.

2. 똑같은 형식의 꿈을 계속해서 꾼다. 결과를 겪으면서 동시에 원인이 만들어지는 해체된 시간을 경험한다. 꿈을 반복할수록 현실의 구조도 이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현재의 생각이 미래만이 아니라 사실은 과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시간의 순서란 사실 열감의 차이일 뿐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는 것. 보기 좋게 정렬해 보았자 뒤죽박죽인 것과 차이가 없다는 사실. 그러니까 애쓰는 삶이란 다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끓거나 식는 별들처럼 순간만이 유의미하다면.

3. 금주해야지 하면서 또 어겼다. 내 이름을 음각한 유리잔과 위스키. 유전자의 99퍼센트는 아빠로부터 기인했음을 통감하며 아빠와 짠을 한다. 아빠의 영웅담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너무 좋다. 마블이고 디씨고 다 꺼져.

4. 변기 뚜껑을 내리고 앉아 변기 위에서 폰으로 일기를 쓴다. 엉덩이 밑으로 수맥이 흐르는 기분이다. 하잘 것 없는 기록을 잘 배설하기 위한 훌륭한 장소 섭외다.

5. 친구를 외롭게 했다. 그래서 나도 외로워졌다. 친구와 떠들고 싶었던 시답잖은 주제들을 복기해본다. 이런 이야기는 역시 너랑 해야 제일 재밌는데. 바이러스. 음모론. 그림자 정부. 일루미나티. 이 따위의 너절한 것들. 너한테 맛있게 욕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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