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가 꿈입니다

by 올빗ORBIT

텅 빈 바다. 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채운 적 없는 파도에 엎어진 것을 묵묵히 지켜본다. 바다는 파도로 찢어지고 시간은 공간 위로 흩어진다. 눈코입이 다른 하루를 어떻게든 버티어 보니 벼랑 끝에 뭐가 있는지 알 것도 같다. 3월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이월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자주 빚 진 기분으로 살아가므로 유난한 일도 아닌 것처럼. 모난 데 없던 한 달보다 배로 길었던 일주일.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생과 사를, 누군가는 삶의 가치관을, 누군가는 밥벌이의 궤적을 달리해야 했을 일주일. 그 일주일이 너무 길고 지쳐서 어제가 무슨 날인지 오늘은 또 무슨 날인지 상기하기를 애써 잊었다. 매번 비겁하므로 변명으로 생을 잇는다. 익숙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은 부끄러움에 익숙해지는 것이야말로. 말장난이라도 해서 저조함을 환기해보는 싱거움에 간을 한다. 배부른 소리다. 정말로 벼랑을 안다면 반드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취적으로 안정을 보장받고 평범을 쟁취하고 항상성에 안주하는 선택을 누려야 한다. 하루를 지겨워하는 사소함이 더 이상 그리워지지 않도록. 오래도록 지키면서 어금니 꽉 깨물고 머무를 거다. 한 시간을 버티고 하루를 견디고 한 달과 일 년을 잘 살아낼 거다. 평생 이룰 수 없는 꿈은 나태에 도달하는 일이다. 별 일 없이 산다는 그 말. 모두의 안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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