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mage

by 올빗ORBIT

비에 젖은 거리가 네온사인 빛 웅덩이를 만든다. 도시에 바짝 붙어 나는 비행체들의 웅얼거림이 습도에 예민한 제비들 같다. 한문과 가타카나, 한글이 뒤섞인 어지러운 간판 밑으로 항상성의 밤이 깔린다. 더 이상 해가 뜨길 거부한 외롭고 화려한 도시는 흐릿해진 국경만큼이나 모호한 정체성으로 관광객들을 호객했다. 도박과 매춘을 업으로 삼는 성별 없는 사람들은 조국의 노예 거나 도망자 신분이었다. 그들은 성별이 없어서 2세도 없는 망명자들이었다. 그럼에도 간혹 돌연변이처럼 아이가 태어나기도 했는데 마리화나를 피우는 꼬마와 뺨에 얽은 자국이 있는 문신 쟁이가 그 치들 중 하나였다. 문신 쟁이의 갈비뼈에는 최초이자 마지막 레터링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는 사랑으로 태어났다. 하필 심장 부근에 새길 것은 무어람. 문신 쟁이는 심장이 빨리 뛸 때 마다 갈비뼈의 글자들이 하나씩 타이핑되는 환상통을 겪었다.

마리화나를 피우는 꼬마는 문신 쟁이와 자주 마주쳤다. 꼬마의 의도였는지 우연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미로같은 거리를 배회하면 꼬마는 어김없이 길 끝에 서 있었다. 자욱한 마리화나를 입에 물고 물컹하게 웃는 꼬락서니가 영 못마땅하다. 그도 그럴것이 꼬마는 문신쟁이와 마주치는 족족 자신은 전생을 볼 수 있으며 문신쟁이와 저가 전생의 부부였다는 둥의 주장을 신랄하리만치 자세히 펼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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