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도진다. 아프면 안 될 것들이 자꾸만 아프다. 일상이 욕심이 되고 평범한 호흡이 흐트러지고 애가 닳는다. 건조하려 했고 침착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하겠다. 거시와 미시의 세계에서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말이야 너는 겨우 아슬아슬하게 영위하던 일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거대한 손아귀 아래 데굴데굴 구르는 한낱 먼지의 초라함으로. 그저 관성과 반복이라 여겼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찬란했는지 복기하는 일주일. 고마운 것들도 많은데 원망도 많아서 다 삼키지 못하고 자꾸 목울대가 울컥거린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구토처럼 밀려 나온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걷는다. 세상 만만함이야 연기할 수 있어도 나까지 속일 여력은 없어서 그렇게 걸어본다. 진짜 초라한 건 이 귀가의 끝에 안전한 내일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 젊음이라는 걸 다 걸었던 시간이 이 정도면 뿌리내렸다 단단하다 믿었던 착각으로 환불되었을 때 뼈속 깊이 가난이 밀려온다. 무력하다. 무력하다는 말에 무능력이 묻어 나와 몰래 바닥에 버렸다. 비열한 본성이다.
종전의 귀가는 엄마가 끓인 김치찌개처럼 깊은 맛이라도 있었지 요즘은 인스턴트 마냥 더부룩하다. 헛헛한 발걸음과 깊이 없는 내일. 닻이 사라져 격랑 속으로 끊임없이 표류하는 일과를 적을 길이 없다. 예언 없는 묵시와 앙꼬없는 진빵이 뭐가 다른데. 착하게 살려 한 적 없다. 적당히 바르게 살고 싶었다. 그 적당히가 촘촘히 부서진다. 작은 그릇이 작은 그릇으로 살겠다는데 세상이 자꾸 화를 낸다. 영문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