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다

by 올빗ORBIT

꽃이 핀다는 말은 ‘초연하다’를 의미한다. 지는 것이 두려울 리도, 맺는 것이 무거울 리도 없는 항상성이 거기에 있다. 꽃은 그러므로 흔해서 서러운 사람들과 무관했다. 꽃은 유행처럼 자주 인용되었으나 적절하지는 않았다. 꽃의 색과 모양과 시기의 의도를 아는 이는 드물다. 안다한들 모른다한들 꽃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므로 여의치 않을 것이다. 꽃을 어여쁘다 곱다 여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요구하지 않음. 관계하지 않음. 상관하지 않음. 그 초연함에 매료되는 것은 나약함에 관한 자백과 다르지 않다. 소란스러운 것은 그저 향기. 봉우리 터뜨릴 적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기척으로 조심스럽다.

잎을 먼저 내밀거나 꽃이 먼저 피거나 가지에 물을 올리는 것. 계절을 살아내는 것. 꽃의 세계를 구축하는 그 모든 반복을 아름답다 여긴다. 일상의 매몰과 전복이 무시로 행해졌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몰라도 꽃은 알고 있을 역사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꽃은 그저 핀다. 강하고 단단한 침묵으로 견고한 시스템을 이어간다. ‘의지’ 라거나 ‘본질’과 같은 인간의 언어로는 값을 구할 수 없는 해가 꽃에는 있다. 화려하지만 간결한 정보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사랑하는 인간의 본능이 꽃을 피해 갈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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