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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나드는 커넥터

Towards_김보희

by 바다기린
Towards 2013_김보희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시즌 2까지 나온 '대학전쟁'이다. 참여 학생들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두려워하기보다는 재밌겠다며 즐기며 풀어보려는 태도가 감탄스럽다. 20대 청춘의 패기 넘치는 도전정신,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방식, 팀원들 간 혹은 다른 팀과의 협업 과정,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을 직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대학 간 서열을 매긴다거나 논리 수리 암기력에 치중된 문제가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프로에 빠져든 건 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면이 많이 담겨있어서다. 창의적 문제 해결, 좋은 리더의 역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하고 지켜봐 주는 배움의 환경. 이는 내 삶에 의미 있는 지표로서 나의 내면을 차곡차곡 채워나간다.


김보희 작가의 'Towards' 2013은 이런 나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준 그림이다. 파랑과 초록, 하늘과 바다, 그 둘을 가르는 짙은 경계. 난 그 경계에 서려고 늘 노력한다. 현재에 발을 딛되 미래로 나아가려 애쓴다. 지금을 즐기되 다가올 세상을 꿈꾼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그저 아름다운 그림이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는 인생은 구구절절 사연이 넘친다. 김환기 작가가 그 하나하나를 점으로 찍어나가듯 김보희 작가는 물결로 그려나간다. 그 각각의 물결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각각의 사연이 모여 삶을 이룬다. 깊고 얕고 먼 시간, 가깝고 오래되고 새로운 순간들이 어우러져 현재를 이룬다. 오색찬연한 삶의 색들이 모여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삶이 된다. 내 삶도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경계를 넘나들며.


경계에 선다는 건 나 자신으로 살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단 의지이기도 하다. 어느 한쪽에 갇히기보다는 자유롭고 싶다. 때로는 그것이 외로움을 그림자처럼 드리울 때도 있다. 그 그림자가 짙어질 때면 외로움을 넘어선 불안이 내 안에 차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 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의 어깨를 빌리고 손을 잡는다. 혼자 해결하려고 끙끙대던 고통을 이제는 버렸다. 힘듦을 표현한다. 그걸 받아주는 가족들, 친구들이 곁에 있음이 세상 그 무엇보다 든든하고 감사하다.


내게 삶이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이다. 나는 누구인지 하나로 규정할 수도, 고정될 수도 없기에 그 질문은 끝이 없다. 그 답에 영향을 받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나와 10년 후의 나는 나라는 본질은 같지만 생각과 행동은 변화할 수 있다. 끊임없이 경계에서 깨어있는 나는 오늘도 자연과 생 앞에 겸손하고 감사하며 배우고 나누려고 노력한다.


요즘 나의 화두는 '연결'이다. 지역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과 사람, 예술가와 시민, 공간과 콘텐츠를 연결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는 중이다. 일상이었으나 특별해진 예술을 다시 일상으로 끌어드리고자 한다. 그 연결점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성찰하고 연구하는 순환과정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공간을 이해하고 향유란 이름으로 경계를 넘나 든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나이고 나아가고 있는 나다. 그 흔적들이 내가 살아온 길이며 나아가는 삶이다. 오늘 내디 딘 내 한 발자국은 어떤 길을 만들어갈까. 오늘도 난 뚜벅뚜벅 걷는다. 걷다 지치면 그림 한 점이 쉼이 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다시 걸을 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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