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불확실함에도 당당하게 나아가는 중

빛나기 위해 7_권마태

by 바다기린 Feb 17. 2025
빛나기 위해 7_권마태빛나기 위해 7_권마태

권마태 작가의 <빛나기 위해 7>을 처음 본 순간 휘몰아친 감정은 그림 속 붓 자국처럼 내 마음에 흔적을 남겼다. 불확실함에도 머물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고 다가오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붓 자국이 강한 인상으로 각인된 그림으로. 분명하지 않은 길을 나아갈 때 오는 두려움과 불안함, 때로는 설렘과 기대. 그 모든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멈출 순 없다. 잠시 생각에 잠길 순 있다. 그 생각과 행동의 경계에서 용기 내어 또 한 발을 내민다. 그 한 발 또 한 발이 이어진 걸음이 길이 되고 방향이 보인다.


함께 하는 나비는 작가에게 혹은 아기 코끼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먼저 나비가 된 친구가 애벌레 기둥 꼭대기에 오르는 친구 곁을 날던 모습이 떠오른다. 무언가 이야기하는 나비. 하지만 코끼리는 나비의 언어를 듣지 못한다. 그래도 코끼리는 곁에 머무는 나비의 가냘픈 날갯짓을 따라 함께 나아간다. 혼자가 아님에 힘을 내어 힘찬 발걸음으로 걷는다. 보이는 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꿈을 꾸고, 날고 걷는 움직임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함께라는 마법 같은 단어가 그 둘의 다름을 어우러지게 한다. 나비는 작지만 커다란 아기 코끼리의 소중한 꿈을 향해 힘차게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는 북돋움이다. 이제 나에게도 동행하는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온다. 그렇게 오늘 하루만큼 난 또 나아가고 다가온다. 당당하고 자유롭게!


작품을 보고 그 첫 느낌이 휘발되기 전에 SNS에 남긴 글이다. 그 글을 보신 작가님은 "깊이 있는 후기 글과 함께 진심을 다해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기 코끼리처럼 힘차게 걸어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라고 답글을 보내주셨다. 작품을 감상하고 그 느낌을 남기고 그 글에 대한 작가님의 답을 듣는 건 정말 잊지 못할 감사한 경험이다. 작가님의 작품세계와 내 세계가 만나고, 작가님과 내가 사람의 연으로 새로운 실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그것이 인연이라는 실로 이어지며 새로운 사람 관계가 직조되듯 새로운 문양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작품에 이끌림은 작가님과의 새로운 인연으로, 존재하지만 의미 없었던 것이 의미 있는 인연으로 나아가고 다가온다.


그 이어짐으로 권마태 작가님 작업실을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커다란 사이즈의 그림들로 가득한 작업실에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다. 빛나기 위해 7은 작가님 말씀처럼 책상 앞에 걸려있었다. 연구작으로 늘 가까이 두고 보는 그림으로 6개월간 같은 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다음 그림을 위해, 커다란 그림으로 완성될 예정이라는 말씀에 또 다른 설렘이 씨앗처럼 자란다. 그럼에도 이 그림은 더 본질적인 그림으로 남을 거라는 말씀이 여운으로 길게 남는다.


작가님 그림에 코끼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여쭸더니 코끼리는 사람의 습성과 많이 닮아있어서라고. 집단생활을 하는 코끼리는 무리의 어른 코끼리들이 함께 아기 코끼리를 돌본다고 한다. 아기 코끼리가 먹이를 고르고, 잘 씹어 먹고, 헤엄치는 법을 함께 가르치고 약한 친구를 보호하고 뒤처진 동료를 기다려주고 함께 갈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대공원에서 물에 빠진 아기 코끼리를 엄마 코끼리와 이웃 암컷 코끼리가 함께 구해내는 영상은 다시 봐도 감동을 준다. 우리 인간의 삶에서 자꾸 옅어져 가는 모습이라 더 애틋하고 찾고 싶고 본받고 싶은 모습이다. 동물임에도 우리 인간이 갖췄으면 하는 점들을 체화된 삶으로 보여주는 코끼리가 너무 사랑스럽고 위대해 보인다.


어느 지면에 실린 작가의 말은 귄마태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고민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불완전과 불안정의 틈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저 걸을 뿐인 여행자로서 구상과 추상의 상호 간섭에서 균형을 찾아내어, 자유와 통제의 경계의 발을 딛고서서, 동경과 한계를 자각하는 한 번의 붓을 긋고자 한다"


나의 삶에 대한 고민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이렇게 작가님 작품에 더 마음이 끌렸나 보다. 나의 고민들을 글로만 풀어가는 것에 한계를 느끼며 좀 더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내게 권마태 작가의 <빛나기 위해 7>라는 작품과 감상글, 작업실 방문, 작가와의 만남은 고민의 경계의 축을 기울이며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이끌었다. 언젠가는 작가님과 함께 하는 아트 클래스를 통해 내 내면을,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나의 내면을 직접 마주하게 될 그 시간을 아기 코끼리처럼 힘차게 첫 발을 내딛고 또 한 발, 한 발 우직하게 나아가 보려 한다. 그 시간은 나를 만나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거란 믿음이 지층처럼 켜켜이 쌓여나간다.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 나, 지금, 여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