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취향으로 이어진 대화

작품을 사는 곳에서, 감상 세계가 넓어지는 곳으로

by 바다기린

처음 발을 디딘 아트페어는 2023년 봄, 화랑미술제였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색과 선이 한꺼번에 몰려와 눈이 아찔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 중 이상하게도 내 발길이 멈춘 곳이 있었다. 김현영 작가의 <Here I am>. 그 순간, 내 생애 첫 소장 작품을 만났다. 작가님과 작품에 대해 묻고 답하며, 첫 컬렉션의 설렘을 나누었다. 작은 종이 위의 그림 하나가 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그 순간, 아트페어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삶을 바꿔주는 무대처럼 느껴졌다.

2023 화랑미술제, 김현영 작가님(우)과 첫 컬렉 기념

그리고 오늘, 2025 키아프 프리즈 서울을 다녀왔다. 어느덧 올해로 세 번째 방문이지만 여전히 볼거리는 넘치고, 다리와 허리는 금세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 무게마저 기꺼웠다. 김현영 작가님의 그림은 여전히 빛나고 따뜻했다. “박서보 작가 × LG OLED: 자연에서 빌려온 색” 전시에서는 색이 주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익숙한 작품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과 새롭게 다가온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번갈아 마음을 채웠다. 수많은 작품에 마음을 쓰고 돌아오는 길, 뜻밖에도 김현영 작가님을 만나 나란히 앉아 일상과 작업,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운을 누렸다. 아트페어가 내게 건네는 또 하나의 선물 같았다.

김현영 <still shining>
박서보 작가 × LG OLED: 자연에서 빌려온 색

여름에 열리는 뱅크 아트페어는 다른 결을 지닌다. 호텔 전시라는 독특한 형식 속에서 복도를 따라 이어진 방마다 작품이 걸려 있었는데, 마치 내 방 벽에 그림을 걸어둔 듯 친근하게 다가왔다. 벽뿐만 아니라 침대 위, 심지어 욕조 위에도 그림이 있었다. 전시장이 아닌 생활공간 속에서 마주한 작품들, 그 낯선 친밀함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문래아트페어는 규모는 작았지만 한층 더 따뜻했다. 옛 공업소 골목길 작은 전시장들에서 열린 페어는 자유롭고 활기찼다. 전시 공간마다 작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이 작품은 어떤 마음으로 그리셨나요?”라는 내 물음에 작가가 웃으며 바로 답해 주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오히려 그런 소박한 대화들이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아트페어를 흔히 ‘작품을 사는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아트페어는 예술을 축제처럼 즐기고,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며, 뜻밖의 만남이 이어지는 자리다. 수많은 작품과 사람들 사이에서 찍히는 작은 좌표 하나, 그것이 나의 예술 세계를 조금 더 넓고 깊게 만들어주었다.


– 아트페어에서 배운 연결 –

작품과 사람이 함께 모이는 축제,

그 안에서 나는

나의 취향과 당신의 마음을 동시에 만난다.

예술은

함께 즐기고 이어가는 것임을

아트페어가 알려주었다.


실천 질문

Q. 전시장이나 아트페어에서, 당신의 발길을 붙잡은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Q. 그 순간 옆에 있던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상상해 본다면, 어떤 말일까요?


내가 가본 국내 주요 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매년 4월, COEX / 국내 최초 아트페어

키아프 & 프리즈 서울: 9월, COEX / 글로벌 아트페어

뱅크 아트페어: 여름, SETEC 전시장·호텔 / 호텔 전시 특징

문래 아트페어: 6월, 문래아트필드 / 소규모·작가 중심

연희 아트페어: 4월, 연희동 15곳 갤러리 / 산책하며 관람

춘천 아트페어: 가을, 지역기반 작가 소개


커버사진:

Anthony James, dodecahedron solar black, 2019_

2025 키아프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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