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한 권의 책에서 겹쳐진 감정들

책과 예술을 매개로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

by 바다기린

지역책방 '뜻밖의 여행'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문화예술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북클럽을 운영한 적이 있다. 네 번의 만남 동안 그림책, 소설, 에세이를 함께 읽고 토론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모임은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김보희 작가 전시를 함께 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책에서 시작된 대화가 전시장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네 번의 토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세 번째 책,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였다. 혼자 읽을 때는 화가 고갱을 떠올리며 인물의 기이한 행동과 사건 전개에만 시선을 두었지만, 북클럽에서는 달랐다. 우리는 책 속 인물의 삶을 넘어, ‘내 삶에서 예술은 행복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내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위해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했다. 그 대화 속에서 작품은 더 이상 한 권의 소설이 아니라, 내 일상 깊숙이 들어와 말을 걸어왔다.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말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놓는 경험이었다.


역사책방 통의동 북클럽에서 진행됐던 프로그램

모임 멤버로 참여했던 또 하나의 예술 관련 북클럽은 지금은 사라진 서촌의 역사책방에서 운영됐던 ‘통의동 클럽’이다. 그곳에서는 예술과 사회, 역사와 인간을 엮은 책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스로마부터 근대 유럽까지 역사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유목민적 관점에서 보는 예술 전체의 흐름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일까, 아니면 시대를 넘어서는 언어일까?”라는 질문이 오갔을 때의 울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혼자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문장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다시 들리자 전혀 다른 빛을 띠었다. 책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감정과 생각이 겹쳐지는 자리였다.


아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든 학부모 북클럽 '북유럽'과 지역도서관에서 함께 코칭 수업 들었던 선생님들과 만든 '더윈' 북클럽에서는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으로 독서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읽어주던 느낌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우리 사회에 예술이 가지는 의미, 내게 예술은 어떤 의미인지.. 짧은 그림책이 주는 울림은 컸고 깊었다.


뜻밖의 북클럽이 나에게 예술을 ‘현재의 질문’으로 끌어오는 경험이었다면, 통의동 클럽은 예술을 ‘역사의 맥락’ 속에서 바라보게 한 경험이었다. '북유럽'과 '더윈' 북클럽은 예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작점이었다. 다른 시공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나눈 북클럽의 대화는 내 안에서 하나로 이어졌다. 책과 예술은 홀로 읽을 때는 내 이야기가 되지만, 함께 읽고 나눌 때는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 책에서 겹쳐진 감정 –

내가 읽은 문장,

당신이 느낀 장면.

서로의 시선이 겹쳐지는 순간,

책은 하나의 이야기에서

수많은 울림으로 변해간다.


실천 질문

Q. 최근 읽은 책 중, 타인과 함께 이야기했더라면 더 깊이 나눌 수 있었을 장면은 무엇인가요?

Q. 책에서 던져진 질문을 이어받아, 당신은 지금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책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팁

예술 관련 책 추천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김지연 <등을 쓰다듬는 사람>, 안동선 <내 곁에 미술>, 조원재 <방구석 미술관>, 그림책 <프레드릭> 등.


북클럽 팁

: 단순한 감상 나누기보다 논제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면 깊이가 생긴다. 이어지는 독후활동으로 주제와 관련된 그림으로 글 쓰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연계 활동

: 책과 전시를 함께 경험하면 감상이 배가된다. (예: 북클럽 후 전시 방문, 책 속 주제와 맞는 작가의 작품 보기)


커버 사진: 뜻밖의여행책방 @surprising.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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