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감상이 대화로 확장될 때
혼자 미술관이나 갤러리 가는 걸 좋아한다. 조용히 그림 앞에 서서 내 감정을 글로 옮기고, 마음이 머문 자리를 오래 음미하는 일은 늘 큰 위로가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예술을 ‘함께’ 나눌 때 울림이 더 커진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2023년 12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갤러리 카프에서 열린 예술감성수업에 첫 직장 선배와 동료와 함께 참여했다. 송년회 자리를 겸한 만남이었는데 늘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글은 못 쓴다던 선배가 의외의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림 앞에 멈춰 선 그의 글은 따뜻했고, 나도 놀랐지만 선배 본인도 스스로에게 놀란 듯했다. “내가 이런 감정을 글로 쓸 수 있다니…” 그 순간, 그림은 한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었고, 함께 있던 우리 모두가 그 울림을 나눌 수 있었다.
얼마 후, 학창 시절 친구와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 전시를 보러 갔다. 늘 만나면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 헤어지는 게 전부였는데, 이번엔 달랐다. 전시를 본 뒤 카페에 앉아 감상을 나누니 대화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저 그림이 좀 쓸쓸해 보여서 오래 못 보겠더라”라는 말에, 친구가 가진 감정의 결을 새삼 알게 되었다. 예술이 우리의 우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준 것이다.
또 한 번은 언니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사실 언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재미있고 특별하게 전시를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미션처럼 질문을 던졌다. “만약 오늘 전시에서 본 그림 중 하나를 집에 걸 수 있다면, 어떤 걸 고르고 싶어? 왜?” 예상과 달리 언니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했다. 그 답에는 지금까지 몰랐던 언니의 속마음이 담겨 있었고, 나는 깊이 감동했다. 그림은 우리가 이미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 사이에도 새로운 대화를 열어주었다. 지금은 언니가 더 적극적으로 미술관을 찾아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려 미술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혼자 즐기던 전시가 누군가와 함께할 때, 감상은 대화가 되고 대화는 울림이 된다. 예술은 작품 앞에서 나와 만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더 깊이 스며든다. 그래서 요즘 나는 혼자가 아닌 ‘함께 보는 전시’를 점점 더 즐기게 되었다.
– 함께 본 그림의 힘 –
내가 본 장면,
당신이 본 감정,
그 차이를 나누는 순간
예술은 두 사람의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된다.
실천 질문
Q. 최근 누군가와 함께 본 전시나 작품이 있나요? 그 대화 속에서 새롭게 알게 된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Q. 가까운 사람과 전시장을 함께 간다면, 오늘은 어떤 질문을 던져보고 싶으신가요?
함께 즐기면 좋을 전시 공간 추천
- 갤러리 카프(서초동)
: 작가와의 만남, 감상 수업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활발한 공간
- 예술의 전당(서초동)
: 대규모 기획전부터 고전·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전시
-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북서울·남서울·사진미술관)
: 시민 친화적 프로그램과 무료 전시가 많아 가볍게 들르기 좋음
- 국립현대미술관(서울·덕수궁·과천)
: 한국의 대표적인 근현대미술관, 셔틀버스로 연결되며 적은 비용으로 관람. 야외 공간은 산책과 휴식하기 좋음
- 문래아트필드
: 작은 갤러리와 대안공간들이 밀집. 산책하며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거리
- 삼청동, 서촌, 인사동 거리
: 산책하듯 걸으며 다양한 갤러리를 만날 수 있는 거리
- 한솥아트스페이스(청담동)
: 지하는 전시관, 1층은 한솥도시락, 2층은 라운지로 구성된 독특한 공간
- 안양예술공원
: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 주제공원, APAP(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전문 도슨트 투어 참여 가능
- 그 외 추천 미술관
: 아모레퍼시픽미술관(신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촌), 리움(한남동), 호암미술관(용인), 뮤지엄산(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