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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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감옥에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면서 자신이 살았던 공간의 모습을 되뇐다. 날이 거듭될수록 되뇜의 디테일은 깊어진다. 어떤 날에는 서랍 속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도 한다.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공간들도 되뇌고 되뇌니 점점 생생해진다. 이 장면을 읽고서부터였던 거 같다. 가끔씩 나의 공간을 머릿속에 펼쳐 버릇하는 습관이 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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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서구 공항동에 살고 있다. 작년 8월에 일터 근처에 터를 잡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곳은 김포공항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제주도를 가고 싶으면 훌쩍 떠났다가 돌아와서는 산책하듯 걸어서 집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 물론 실현 가능성은 1년에 한두 번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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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남짓의 원룸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나름 공간 분리가 되어 있다. 현관문을 열면 주방 공간과 화장실 문이 들어서고, 주방 공간 너머 미닫이 문을 지나면 아담한 터가 펼쳐진다. 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창가에는 두 종류의 반려식물이 자리 잡고 있다. 한낮에도 땅거미가 어스름한 듯 미진한 볕에도 불구하고 무럭무럭 자나라는 아이들이다. 창 옆 벽에는 존 레논 전시에서 데려온 포스터가 벽을 장식하고 있다. 창 아래에는 누울 자리가 있다. 누울 자리는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서 흰색으로 맞췄다. 흰색 요와 흰색 이불. 누울 자리의 머리맡에는 최근에 산 책들과 다이어리를 벽에 기대어 놓았다. 그 벽을 따라 올라가면 나무 오너먼트가 있다. 천장부터 내려와서 샤르르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데려왔지만, 전세 쫄보인 나로서는 천장 벽을 뚫지는 못하고 꽂꼬핀에 매단 모습을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중이다. 어쩐지 어정쩡해서 지금 공간에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누울 자리 옆에는 좌식 테이블과 방석, 등받이 쿠션이 있다. 가끔..이 아니라 종종..아니 꽤 자주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캔맥 한 잔 기울이는 자리. 매일의 식사와 종종의 잡다한 일들을 해결하는 곳. 이 곳 옆에는 행거와 진열대가 벽을 기대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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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누울 자리. 누울 자리의 발 아래쪽에는 붙박이 옷장이 있다. 얼마 전 붙박이장의 여닫이문을 다 뜯어내고 이를 가리개 천으로 갈음했다. 더 내 집 같아졌달까. 만족스럽다! 붙박이장 옆 선반 위에는 책장을 올려놓았다. 읽은 책 반, 아직 읽지 못한 책 반 정도의 비율로 책장을 채운 책들, 책장 위에는 지금까지 마신 술병들 그득히 와 친구들의 선물, 향대를 놓았다. 그 위 벽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과 내가 그린 그림들을 다닥 붙였다. 책장 공간은 등받이 쿠션에 기대앉으면 자연스레 시선이 머무는, 마음에 평안을 주는 곳이다. 책장 옆에는 기존 옵션인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놓여있다. 냉장고에는 보호자가 주말에 한 움큼 싸다 주신 반찬이 한가득한 상태다. 그리고 붙박이 신발장이 미닫이문을 앞두고 자리해있다. 신발이 몇 켤레 안되는 나이기에 그곳은 작은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다. 각종 제품 설명서, 화분 흙, 리필제품, 건식품, 쇼핑백 등등 잡다한 것들의 집합소....
#aoraxbiheng #아오라 x비행 공간 #여기서 살 거야 #어떻게 살 건데 #수요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