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의 위기, 곧 인류의 위기
어떤 자료를 찾느라 구글링을 하던 중, 한 기사 타이틀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름하여 ‘인간벌’이 나타났다는 기사였다.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어떤 연유로 벌의 형태를 띠게 된, 해외 토픽 같은 기사이거나 마치 영화 <앤트맨>처럼 벌과 관련된 영화의 스포일러 기사이거나. 늘 그렇듯 딴짓은 가장 재밌는 일이니까 나도 모르게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클릭해서 들어간 페이지에는 내가 생각했던, 인간과 벌이 더해진 해괴함과는 또 다른 해괴한 이미지가 모니터를 가득 채웠다. 분홍분홍한 꽃들 사이로 수분을 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벌이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일을 사람이 붓을 들고 직접 하는 이 장면은 중국 남동부 쓰촨성에서 매년 봄마다 일어나는 일이란다. 벌이 사라진 이곳에선 사람이 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면서 말이다. 이 웃픈 사진 한 장은 꿀벌이 처한 위기를 보여주는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꿀벌의 위기는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꿀벌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약 10년 전에는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진 일명 꿀벌실종사건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베로아, 꿀벌 응애(진드기의 일종), 작은벌집딱정벌레의 위협, 곰팡이 및 각종 바이러스 감염, 인간뿐 아니라 벌에게도 해로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중독 등 여러 원인을 추측하고 있지만 정확히 밝혀내진 못했다.
한 TED영상에서는 꿀벌 없이 살아갈 때 우리가 당면할 문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끔 보여준다. 슈퍼마켓 식품 코너 매대의 1/3이 텅 비어있다. 우리가 먹는 곡물과 과일의 1/3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한다. 그중 아몬드가 무려 100%, 딸기, 양파, 호박, 당근, 사과 등의 작물은 90% 가까이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는데, 이는 꿀벌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위의 농작물을 더는 만나볼 수 없다는 얘기다.
꿀벌이 사라지게 되는 그 시간부터 지구상의 인간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들이 식량부족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든다. 간단히 말해 벌의 멸종은 우리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주변에는 보기만 해도 달콤한,
꿀로 만든 제품들로 가득하다.
제품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최상의 상태에 놓여있거나 그런 기분이 들 때 ‘꿀’을 빼놓지 않는다.
‘꿀이득’ ‘꿀잼’ ‘꿀떨어진다’ 등 ‘꿀’은 상황을 더욱 달콤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처럼 달콤하기 이를 데 없는 꿀이지만 이 많은 꿀을 생산하는 꿀벌의 앞날은 전혀 달콤하지 않다.
우린 그동안 꿀벌이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달콤함을 취하면서도 정작 그들과의 공존엔 너무도 무심했던 게 아닐까. 집 나간 꿀벌을 되찾는 일은 꿀벌과 자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위기에 처한 그들의 미래에 우리의 미래도 달려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의 대응 속도보다 꿀벌의 위기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꿀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꿀벌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우리의 자유이자 모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할 테니깐.
NO BEES, NO LIFE 꿀벌 실종 사건
메인 콘텐츠 보러가기 (Click)